부채 들고 하는 태극선 수업 한창
학생들은 실수할까 선생님 눈치
◆태극권에서 태극선까지
태극권 교실은 후끈한 열기로 가득하다. 수강생들의 나이는 70~85세로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많다. 한 손에 부채를 든 30명의 수강생들은 강사의 동작을 따라하느라 정신이 없다.
태극권은 격렬한 동작이 많지 않지만 마음이 앞서 부채를 떨어뜨리거나 스텝이 엉키는 수강생이 속출한다. 강사의 눈치를 보며 부채를 줍는 수강생이 있는가 하면 동작을 놓치지 않으려고 부채 없이 손동작으로 계속 따라하는 수강생도 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지만 자칫 실수를 할까 강사의 눈치를 본다. 배움의 열의는 나이와 상관없는 듯 수강생들 얼굴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다.
태극권 수업은 크게 손동작을 사용하는 '태극권'에서 기다란 칼을 사용하는 태극검, 부채를 사용하는 태극선으로 나뉜다. 지난 5년간 태극권을 수련해 온 대덕노인복지관 수강생들은 요즘 태극선을 배우고 있다. 원래 태극검을 거쳐 태극선을 배워야 하지만 노인들이 실제 칼을 사용하는 것은 위험해 그 단계는 건너뛰었다고 한다.
수련을 마친 채금자 할머니는 "태극권을 배울 때는 온몸에 쓰지 않는 신경이 없어요. 뼈가 약한 어르신들도 태극권을 배우면 근력이 늘면서 몸이 단단해진다"고 했다. 이일선(82) 할머니는 태극권을 시작하기 전에는 허리가 굽어 펴질 못했다. 지난 3년 동안 일주일에 세 번 태극권 수업을 들었다. 요즘은 태극권의 모든 동작을 따라하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수강생들은 "태극권이 특히 하체 힘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노인들에게 활력소가 되는 운동으로 태극권만 한 것이 없다"고 자랑한다.
정해진 수업시간 없이 개별 지도
현업 떠난 후 잡념 줄이는 데 최고
◆서예는 소통 기회를 넓히는 수련
서옥환(80) 선생님은 서예는 여러 획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을 기반으로 한 일종의 수련이라고 강조했다. "서예는 나이 드신 어른들이 스스로 단련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의 기회를 넓히는 수업입니다."
서예 교실은 정해진 수업시간이 없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 어르신 수강생들이 교실을 찾을 때마다 선생님의 개별 지도가 시작된다. 서예 수업에는 매일 30여 명의 수강생이 참석한다. 남녀 성비는 5대 1 수준으로 할아버지가 25명이고 할머니가 5명이다. 붓끝에 온 신경을 집중하던 어르신 수강생이 마지막 획을 긋고 나서야 숨을 내쉬며 한마디한다. "서예를 배우는 목적은 예쁜 글씨를 쓰는 것보다 잡념 없이 집중하는 힘을 키우는 데 있다"며 "열심히 일하다 현업을 떠난 노인들은 잡생각이 많은데 이를 떨쳐버리기 위해선 서예만큼 좋은 수양이 없다"고 했다.
서예 교실을 나서는 한 수강생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 뭔가 새로 배우는 일이 쉽지 않지만 서예는 예외라고 했다. "노인들은 인생을 살아온 내공과 시간적 여유가 있어 무게 있는 붓글씨를 쓰는 데 젊은이들에게 뒤질 게 없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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