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빈 땅에 농사를 짓는 도시농업이 대구에서도 자리 잡고 있다. 증가세가 예사롭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대구의 도시농업 참여자 수는 2015년 5만3천381명을 기록했다. 2014년 4만3천33명에서 1만여 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텃밭 수도 같은 기간 564곳에서 724곳으로 28% 증가했다.
◆급증하는 도시농부…도심 어디든 텃밭
이런 현상은 비단 대구만의 일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봐도 2010년 15만5천 명이었던 도시농업 참여자 수는 2015년 130만9천 명으로 5년 만에 8.6배 증가했다. 정부가 당연히 관심을 쏟아야 할 규모로까지 커진 것이다. 정부는 2012년 '도시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처음 시행한 후 관련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3년 1차 도시농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점점 늘고 있는 도시 농부 수요와 다채로워진 도시농업 양상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선도적인 지원, 교육, 정보 공유 체계를 갖추려는 목적에서다.
도시농부의 활동 무대인 도시농업 공간은 도시농업육성법에 따라 주택활용형, 근린생활형, 도심형, 농장'공원형, 학교교육형 경작지 등 5가지로 구분된다. 주택활용형은 말 그대로 주택 내부, 외부, 난간, 옥상을 활용하거나 주택 건물에 붙어 있는 토지를 활용하는 유형이다. 주택과 가장 가까이에서 텃밭을 일구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근린생활형은 주택활용형보다 텃밭의 거리가 조금 떨어진 유형이다. 주택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근 토지를 경작지로 활용한다. 도심형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도시농업의 대표 이미지를 구현하는 유형이다. 회색빛 빌딩숲 속에 초록빛 농작물이 어우러지는 이미지랄까. 이 유형은 도심 속 고층 건물의 내부, 외부, 옥상, 인접 토지를 농지로 쓰는 것이다. 농장'공원형은 가장 규모가 큰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공원이나 빈 공유지를 농사 공간으로 쓰기 때문이다. 학교교육형은 학생들의 학습과 체험을 위해 학교 건물 및 토지를 활용하는 유형이다.
이 같은 공간이 대구에도 꽤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개념인 주말농장도 포함된다. 수성구 팔현마을과 조일골 공영도시농업농장, 달성군 화원읍 본리마을 마비정 친환경농업체험농장 등 크고 작은 주말농장이 대구 안에 수년 전부터 조성돼왔다. 도심 속으로 좀 더 거리를 좁혀보자. 상자텃밭은 토지가 없는 사람도 건물 옥상, 공동주택 단지, 그린홈 텃밭 등에 상자를 두고 그 안에 농작물을 기를 수 있는 방식이다. 노인회, 부녀회, 어린이집 등에서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도심 녹화사업 부지도 도시농업을 위한 공간으로 편입되고 있다. 예를 들면 대구도시철도 3호선 주변은 화초와 나무만 식재하는 기존 녹화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일부 공간이 텃밭으로 조성되고 있다.
◆농업의 소중함 깨우쳐주는 텃밭 체험
도시농업의 방점은 도시에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점 말고도 농촌, 농사, 그리고 자연을 젊은 세대에게 체험시켜 준다는 데 찍힌다. 품질과 생산량을 재는 기준과 상관없이, 그들 손에 흙을 묻혀주는 것 자체로 효용이 있다. 대구시는 매년 10여 개 학교에 체험교육을 위한 농장을 마련해주는 '학교농장조성 지원사업'을 펼쳐왔다. 이 사업은 지난해 15개 학교에서 올해는 20개 학교로 지원을 늘릴 계획이다. 또 대구시 농업기술센터는 텃밭 부지가 부족한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유아시설 몇 곳을 매년 지정해 상자텃밭을 설치해주는 '맞춤형 미니텃밭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농장을 갖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기른 감자, 고구마, 상추, 오이, 가지 등의 농작물을 급식 재료로 쓰기도 한다. 또 농작물 재배는 과학과 실과 등 여러 교과의 실습수업으로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교사들은 인성 교육 효과를 꼽는다. 아이들이 협동을 통해 타인에 대한 배려를 깨닫고, 성장하는 생명으로부터 감수성도 얻는다는 것이다. 농협이 2015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교 텃밭은 학생들에게 농업 전반에 대한 관심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텃밭 체험 교육에 참가한 학생들의 국산 농산물 이용도가 60.9%, 식품 원산지에 대한 관심도가 37.6% 늘어났고, 농업에 대한 고마운 정도는 92.1%였다.
◆도시농부 육성이 관건
학교에서 농업을 체험하는 만큼 도시농부의 꿈을 키우며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창업 내지는 취업 분야를 농업으로 정한 청년들은 물론 100세 시대를 사는 중년, 장년, 노년도 귀농'귀촌과 함께 도시농업도 고려해볼 수 있게 됐다. 그들 뿐만은 아닐 것이다. 도시에 산다면 누구나 넓든 좁든 주거지 일부를 도시농업 공간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전망할 수 있게 됐다. 모두가 도시농부가 될 수 있다.
결국 도시농업의 성패는 도시농부 육성에 달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시는 2013년부터 '도시농부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도시농업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원예활동 프로그램, 텃밭 체험 교육을 맡은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농업'농촌 이해 직무연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도시농업 모델 농작물 전시, 도시농업 단체 육성, 도시농부학교 운영 등을 통해 도시농업 참여자를 다양한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대구시 농업기술센터의 도시농부학교 등 6개 과정에 2천260명, 달성군 농업기술센터의 도시농업아카데미 과정에 1천885명, 수성구의 오감만족 벼농사체험 등 2개 과정에 286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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