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은 사회성이 매우 강한 동물이다. 닭과 같은 가금류는 '페킹 오더'(pecking order)라는 체계를 갖고 있다. peck은 '(부리로) 쪼다'는 뜻. 즉, 페킹 오더는 모이를 쪼는 서열이 있다는 표현이다. 페킹 오더가 유지되는 최대치는 90마리. 공장식 밀집 사육은 페킹 오더를 무시한다. 밀집 사육의 경우 닭 한 마리 사육 공간(0.04㎡)이 A4 용지 한 장(0.06㎡)보다 좁다. 날갯짓은커녕 몸 돌리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햇볕 구경도 어렵고, 위생은 불결하다. 뼈와 근육이 있는 동물은 반드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고, 면역력이 떨어진다. 페킹 오더가 무너진 좁은 닭장에 갇힌 닭은 난폭해진다. 부리로 쪼아 상대를 죽이기도 한다. 그래서 닭의 부리를 자르거나 예방적 항생제를 쓴다.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후 살처분된 닭, 오리, 메추리는 3천만 마리가 넘는다. 갈팡질팡하는 방역 대책, 허술한 농가 방역 시스템 등이 AI를 키웠다는 지적이 있다.
중요한 원인이 또 있다. 공장식 밀집 사육이다. 전문가들은 "밀집 사육 환경은 닭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을 높인다"고 한다. 국내 친환경 사육 농장에서는 AI 피해가 크지 않다. 밀집 사육을 금지하거나, 친환경 사육 비율이 높은 나라에서는 AI 피해가 우리보다 훨씬 작다. 독일, 영국, 스웨덴, 스위스는 1990년대부터 닭장 사육을 불법화했다. 2003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유럽에서 발생한 AI 건수는 영국 3건, 독일 8건, 스웨덴 12건이다.(한국 112건, 중국 130건, 일본 32건)
친환경 사육 농장(동물 복지 농장)의 마리당 사육 면적은 0.11㎡ 정도. 깨끗한 공기와 햇볕이 제공된다. 닭들은 자유롭게 날갯짓을 할 수 있다. 여기서 자라는 닭은 면역력이 강하고, 건강한 계란을 낳는다.
국내에서는 공장식 밀집 사육 비율(2015년 기준 98.5%)이 절대적으로 높다. 돈 때문이다. 생산비 경우 친환경 사육이 밀집 사육보다 2배 많이 든다. 초기 투자 비용도 부담이다. 친환경 닭고기와 계란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다.
돈보다 건강이 먼저다. 정부는 사육 체제 개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매년 수백억~수천억원의 예산이 살처분 등에 투입된다. 이 재원을 친환경 사육 전환에 쓰면 어떨까? 공장식 밀집 사육은 인간과 동물 사이의 유구한 유대감을 파괴하는 행위다. 가축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동물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마하트마 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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