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원을 지키는 사람들] <2> 흉부외과 전문의

심장·폐…생명과 직결되는 장기 수술 '외과의 꽃'

흉부외과는 심장
흉부외과는 심장'폐 등 생명과 직결되는 장기를 수술해 난도가 매우 높다. 김근직 경북대병원 흉부외과 교수가 수술대에서 환자를 수술하는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외과의 꽃'으로 불리는 흉부외과는 '칼잡이'들이 모인 외과 영역 중에서도 가장 힘든 진료과로 꼽힌다. 다른 진료과에 비해 수술 시간이 길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응급수술이 잡히는 탓이다. 생명을 유지하는 필수 장기인 심장과 폐를 다루는 터라 수술 자체도 굉장히 난도가 높다. '저녁이 있는 삶'을 포기해야 하는 탓에 해마다 지원자 수는 줄고 있지만, 꺼져 가는 생명을 살린다는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오늘도 망설임 없이 수술실로 달려간다.

◆인공심폐기 연결 후 본수술, 4시간 훌쩍

13일 오후 1시 40분 경북대병원 내 흉부외과 수술실. 20℃가 되지 않는 서늘한 공기 속에 '뚜뚜' 하는 심전도 기계음이 수술실을 채웠다. 이날 오전 8시 수술이 예정돼 있던 환자가 수술대에 올랐다. 김근직 경북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오전 6시에 대동맥박리 응급환자가 오는 바람에 일정이 5시간씩 밀렸다"고 했다.

수술대에 가까이 가자 간호사가 "다가가지 마라"며 저지했다. 메스를 대는 수술장에선 감염관리가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멸균세탁한 수술복을 입은 의료진은 수십 번씩 손을 박박 씻고, 수술 가운과 장갑을 착용했다.

심장이나 폐를 수술할 때는 해당 장기를 '일시 정지'시킨다. 심장이나 폐가 움직이면 수술에 방해되는 탓이다. 멈춘 장기의 역할은 인공심폐순환기가 대신한다. 그 덕분에 흉부외과는 수술 준비에만 2시간 가까이 걸린다.

오후 3시가 넘어서야 본수술이 시작됐다. 의료진의 시선은 잠시도 수술 부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수술을 보조하는 간호사도 긴장한 듯 미세하게 손을 떨었다. 김근직 교수가 능숙한 솜씨로 환자의 심장에 생긴 혹을 떼어냈다. 비교적 빨리 끝나는 수술이었지만 시곗바늘은 어느새 오후 4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심장, 폐 생존 직결, 응급수술 잦아 부담도

흉부외과는 갈비뼈 안의 모든 장기 수술을 맡는다. 심장, 폐, 식도, 기관지, 대동맥뿐만 아니라 흉부 안쪽으로 신경이 지나가는 다한증이나 하지정맥류 등도 치료한다. 흉부외과 전문의는 하루 종일 수술실과 중환자실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비교적 간단한 수술은 갈비뼈 사이를 절개하지만 필요한 경우 전기톱으로 흉골을 잘라 가슴을 열어야 한다. 수술 종류도 다양하다. 심장에 혹이 있으면 잘라 제거하고, 심장 판막에 문제가 있다면 인공 판막으로 교체하거나 판막을 성형한다. 가장 위급한 질환인 대동맥박리증은 동맥을 인공혈관으로 교체한다.

흉부외과 수술은 보통 4, 5시간 동안 서서 손을 움직여야 한다. 수술이 길어지면 10~12시간이 걸릴 때도 있다. 너무 오래 수술에 매달리면 집중도가 떨어지기 쉬워 틈틈이 휴식도 취한다. 심장, 폐 등 생명과 직결되는 장기를 다루다 보니 심적인 부담도 큰 편이다. 한 흉부외과 전문의는 "수술이 끝난 후 인공심폐순환기를 환자 몸에서 뗐는데 심장이 잘 뛰지 않거나, 폐가 제대로 기능을 못 하면 그야말로 비상상황이 된다"고 했다.

낮밤을 가리지 않고 응급수술이 잡히는 탓에 수술 일정이 밀리고 야근을 하는 일도 다반사다. 김근직 교수는 "다른 진료과에 비하면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 어렵고 체력적으로도 힘들다 보니 지원하는 전공의가 거의 없다"면서도 "생명을 다룬다는 사명감을 갖고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조절하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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