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김관용의 뚝심 어디까지

뚝심. '굳세게 버티거나 감당해 내는 힘'이다. 일 처리를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하는 사람에게 '뚝심이 있다'고 한다. 배짱 있는 정치인들을 칭찬하는 말로 적절하게 사용된다.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는 이 범주에 드는 인물이다. 그는 지방자치제 시행 뒤 민선 자치단체장을 내리 6번 연임했다. 구미시장으로 3선을 지냈고, 경북도지사로 3선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그는 구미시장을 맡을 때부터 행정전문가이자 정치인으로서 뚝심을 발휘하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김 지사가 발휘한 가장 대표적인 뚝심은 경상북도 신도청 이전이다. 지금 안동'예천에 자리 잡은 신도청 이전지가 결정된 것은 지난 2008년 6월 9일이다. 신도청 이전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김 지사의 선거 공약으로, 주위 사람들과 지역 상당수 기관단체의 만류에도 그는 부임하자마자 이를 추진했다.

도청 이전 후보지로 선정된 안동'예천과 상주, 영천은 첨예하게 맞서 3파전을 벌였다. 해당 지역에서는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이전지 확정 발표가 예정 시간을 넘기자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늦게 발표된 것을 두고, 대구 소재 기관단체의 협박성 압력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로 통한다.

신도청 이전은 1981년 경북도가 대구시와 분리된 후 도청과 도의회 차원에서 여러 차례 추진됐으나 후유증을 우려해 구체화하지 못했다. 후보지가 결정되더라도 탈락한 곳의 반발과 이후의 추진이 쉽지 않았던 터라 누구도 나서려 하지 않았다.

안동'예천으로 이전지가 발표되자 우려대로 탈락한 상주, 영천에서는 거세게 반발했다. 김 지사는 이번에는 투명한 자료 공개로 맞섰다.

그때 필자는 경북도청 출입기자로 그 과정을 생생히 지켜봤다. 대구에 본사를 둔 대다수 기관단체가 교통이 불편한 북부지역 외딴곳으로의 신도청 이전을 달갑지 않게 여긴 상황에서, 경북도는 적극적인 자료 공개로 지역민들에게 이전지 선정 과정이 투명했음을 알렸다. 대구에서 태어나고 대구에서 학교를 다닌 필자는 이 과정을 기사화하면서 탈락 지역의 시민들로부터 "안동고를 나온 걸로 알고 있다. 김 지사 처가 쪽 사람이다"는 등 얼토당토않은 항의를 들은 적이 있다.

세월이 많이 지난 가운데 되짚어보면 신도청 이전지 확정 파문이 더 확대하지 않은 것은 경북도가 내세운 신도청 이전의 당위성 때문으로 보인다. 전남과 충남이 도청을 이전한 상태에서 경북이 이 기회를 놓쳤다면 신도청 시대는 아득히 먼 일로 남아 있지 않을까. 도 단위 광역자치단체의 불필요성이 지적되면서 광역권 행정 체계 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도 있었다.

최근 신도청 집무실에서 만난 김관용 지사는 "그때 하지 않았으면 영원히 하지 못할 것 같았다.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여긴 공기가 다르다. 지열 발전으로 에너지를 충당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시각으로 취재를 온 기자들도 현지를 둘러보고 나서는 생각을 바꾼다. 10년, 20년 후 모습을 떠올리면 기분이 더 좋아진다"고 했다.

김 지사의 뚝심은 최근 국내 정치 상황이 급변하면서 대권 도전으로 옮겨지고 있다. 지역 정치계 한 원로는 "김 지사는 관운을 타고난 사람이다. 경북 도백에 머무르지 않을 것 같다. 대권 구도가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정치판에서 때 묻지 않은 그의 참신함은 큰 무기다"고 했다.

여론조사에서도 김 지사는 앞으로 대구경북을 대표할 중앙 정치인으로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김 지사는 "우리 국민은 수십 년간 관에 눌려 살았다. 신도청은 방문객에게 최대한 공간을 개방하고 있다. 그동안 억눌린 민심을 대변하고 싶다"며 대권 도전 의지를 전하고 있다. 대권을 향한 멍석이 어떻게 깔리고, 누가 멍석을 깔아줄 것인가에 초점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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