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민규 동대구시장 상인회장 "청춘화 특화로 젊은이 찾게 해야죠"

축구 골키퍼 출신, 지난해 취임…가업 이은 5년차 상인, 변화 주도

축구 골키퍼 출신 김민규 동대구시장 상인회장은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박노익 대기자 noik@msnet.co.kr
축구 골키퍼 출신 김민규 동대구시장 상인회장은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박노익 대기자 noik@msnet.co.kr

"20년 가까이 축구 골대를 지켜왔는데, 이제는 전통시장을 책임지는 상인회장이 됐네요."

동대구시장(대구 북구 대현동) 상인회장 김민규(35) 씨. 그는 축구 골키퍼 출신이다. 동대구시장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부모님과 함께 식육식당을 운영하는 그는 회원 투표를 거쳐 지난해 11월 상인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초보 상인이라서 상인회장 자리를 생각한 적이 없었다. 주변 상인들의 권유로 등 떠밀리듯 맡게 됐다고 한다.

"잘할 수 있는 건 운동뿐이고, 가업을 잇기 위해 시장에 온 지 5년밖에 안 됐습니다. 장사도 서툰 제가 상인회장을 맡기가 부담스러워 정중히 사양했죠. 하지만 '젊은 사람이 나서서 시장을 변화시켜 달라'는 시장 어르신들의 바람을 끝까지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민규 씨는 갓난아기 때부터 동대구시장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까지(신암초교-협성중학교-대구공고-한남대) 축구선수 생활을 했다. 9년 동안 학교 축구부 코치를 했지만, 가업을 잇기 위해 장사의 길로 들어섰다.

"부모님이 장사로 바쁠 때는 이웃 상인들이 어린 저를 돌봐주셨습니다. 지금도 그분들이 시장에서 장사를 하십니다. 이제는 그분들에게 은혜를 갚아야죠. 사실 아버지도 10여 년 전 상인회장을 하셨습니다."

1969년 문을 연 동대구시장은 30여 년 전 모습에서 달라진 게 별로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5월 시장에 '청춘장'이 문을 열면서 변화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민규 씨는 "청춘장은 아직 걸음마 상태다. 주변 환경을 더 밝고 깨끗하게 만들어야 하고, 가게 수도 늘려야 한다. 청춘장을 특화시켜서 젊은 사람들이 동대구시장을 찾을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내고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그는 '소소한 일'부터 시작하겠다고 했다. "회장이 된 뒤 가장 먼저 한 일이 게시판을 만든 것입니다. 정보를 공유하자는 취지죠. 과일을 쌓은 방식에 따라 매출이 달라진다고 들었습니다. 여러 전통시장을 다니면서 잘되는 가게의 홍보 방식과 상품 진열 모습을 사진 찍어 회원들에게 알려 드릴 계획입니다."

민규 씨와 함께 동대구시장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얼떨결에 기자도 시장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우리 회장님 기사 잘 좀 써 주이소, 내가 소주 한잔 살게요."

한 상인이 건넨 살가운 말 한마디. 상인회장 민규 씨에 대한 기대와 지지를 짐작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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