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100달러 줍지 않는 이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이름부터가 돈 벌 팔자다. '지폐'(Bill)가 드나드는 '문'(Gates)이니 말이다. 2006년 3월 나는 매일신문 주간지에 '진짜부자'라는 칼럼을 쓰며 이를 거론한 적이 있다.

이 칼럼 내용에도 있듯이 당시에도 빌 게이츠는 세계 최고의 부자였다. 당시 그의 재산은 500억달러(58조8천500억원). 이 규모의 돈을 연리 5%대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1분에 500만원 가까운 이자가 붙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빌 게이츠는 길에 100달러 지폐가 떨어져 있어도 안 줍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돈 줍는 데 드는 기회비용보다 그냥 불어나는 재산이 더 많아서란다.

지금도 빌 게이츠는 세계 최고 부자다. 2016년 포브스 부자 순위에 따르면 1위는 빌 게이츠로, 보유 자산이 750억달러(88조2천750억원)다. 10년간 재산이 50%나 불어난 셈이다. MS사의 위세가 예전만 못한데도 빌 게이츠의 자산 증식 속도는 경이스럽다.

부자가 더 큰 부자가 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국제구호기구 옥스팜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세계 상위 갑부 8명이 소유한 재산은 전 세계 소득 하위 인구의 절반(36억 명)의 재산 총합과 같다. 부의 쏠림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2010년에는 상위 부자 388명이 세계 인구 50%에 해당하는 재산을 가졌다. 그런데 이 숫자가 2012년 159명, 2014년 80명으로 줄더니 2016년에는 8명까지 떨어졌다. 25년 안에 세계 최초의 조(兆)만장자(trillionaire)가 등장하리라고 옥스팜은 예견했다.

부(富)의 쏠림 주범은 신자유주의다. 신자유주의 아래 자본과 노동력이 적절한 규제 없이 국경을 넘나들다 보니, 양극화와 부의 대물림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억만장자의 부 가운데 3분의 1은 상속받은 것이고 43%는 정경 유착과 연관돼 있다'는 옥스팜의 진단은 예사롭지 않다.

양극화는 세계 각지에서 정치적 분노 폭발로 이어지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서부터 우리나라의 금수저 흙수저론, 촛불 시위 등의 근본적 원인을 쫓다 보면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과 조우하게 된다. 노동자는 생산자이면서 소비자이기 때문에 이들이 가난해질수록 사회 전체의 소비 여력도 낮아지게 돼 있다. 자본주의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의문이 들 정도로 양극화는 이제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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