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라빚 느는데…'퍼주기' 혈안된 대선 주자들

나랏빚이 큰 폭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대권주자들이 앞다퉈 대규모 재원이 필요한 공약을 남발, 국가재정을 감안한 신중한 정책 제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오후 6시 현재 중앙과 지방정부의 빚을 합한 국가채무시계는 '641조2천365억9천867만원'. 지난 13일 사상 처음으로 640조원을 넘긴 지 열흘 만에 1조2천억원이 불어났다. 국민 1인당으로는 1천250만원꼴이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져 있지만, 조기 대선 국면을 맞은 대권주자들은 너도나도 수조~수십조원에 달하는 대형 공약을 집권 후 실현하겠다는 '선심성 공약'을 내놓고 있어 정치 지도자로서 책임 있는 정책공약 제시와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는 국가채무시계를 보면 현재 1초마다 평균 139만원씩 늘어나고 있을 만큼 국가채무는 눈덩이가 됐다. 채무 증가 규모도 2014년 109만원에 비해 27%가량 커졌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국채는 최근 5년간 66.9% 증가해 G-20국가 중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다. 이런 속도라면 올해안에 43조8천억원이 증가해 680조원을 넘어서고 내년 상반기 중으로 700조를 돌파하게 된다.

이 같은 심각한 상황에서 "나랏돈 이렇게 써보겠다"는 선심성'시혜성 공약이 앞다퉈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소득이나 재산에 관계없이 청년과 노인, 장애인 등 2천800만 명에게 매년 10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했다. 재원은 기존 정부 예산 구조조정(400조원 중 7%인 28조원)으로 마련한다는 것이 이 시장의 생각이다. 이 시장은 또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걷은 세수 15조원을 모든 국민에게 30만원씩 주겠다"는 공약도 했다. 국내 토지자산 가격이 6천500조원인데 보유세는 종합부동산세 2조원, 재산세 5조원 정도로 너무 적은 만큼 연간 15조원을 더 걷게 국토보유세를 설계, 이를 국민 95%에게 되돌려주는 형식으로 기본소득을 추가로 지급하자는 논리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국형 기본소득제'를 내세우며 아동'청년'노인 등에게 월 3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청년수당을 신설하고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으로 올리는 등 소요되는 예산은 20조~35조원이다. 박 시장은 세제 개편과 재정 합리화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고 했다.

유력 대권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최근 재정이 투입되어야 가능한 공공부문 일자리를 포함, 무려 13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한 공약은 여권 성향 후보들도 다르지 않다.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지사는 사병 월급을 최저임금의 50% 수준으로 인상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같은 당 유승민 의원도 "국가가 체불임금을 근로자에게 선지급하고 해당 업체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해 받아내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체불임금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조원을 돌파, 지난해 기준으로 1조4천억원에 이른다.

캠프 측은 부인하고 나섰지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청년 사회초년생의 초임 월급으로 200만원을 보장하고 특성화고교를 무상화하는 등의 공약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 전문가들은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 등을 내세우며 세수 확충 노력 없이 저출산'고령화 등에 따른 복지 지출을 확대하고 경기 부양을 위해 잦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때문에 국가부채가 크게 늘었다"며 "더 늦기 전에 국민 모두가 허리띠를 한 눈금씩 졸라매겠다는 각오를 다질 필요가 있고, 정치인들도 대형 공약에는 포퓰리즘적 시각보다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채무시계=국가채무시계는 나랏빚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국회예산정책처가 2013년 9월부터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국회에서 확정된 예산 규모에 따라 시침 속도가 바뀐다. 국가채무는 중앙 및 지방정부가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중앙은행이나 민간, 해외에서 빌려 쓰고 갚아야 할 빚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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