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5㎝ 눈 내린 울릉도…"이 정도 폭설엔 끄떡없어"

"육지 사람이나 난리지 여기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눈 많이 온다고 돌아다니며 사진 찍는 사람은 전부 육지에서 온 관광객이나 처음 발령받아 온 공무원이에요."

경북 울릉군 주민 정모(55)씨는 24일 연합뉴스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울릉도에는 20일부터 24일까지 눈이 74.5㎝ 내렸다.

기상청은 24일 오전 11시에 울릉도와 독도에 대설경보를 발령했다.

이 정도 눈이면 육지에선 기록적이라고 할 수 있다.

눈이 별로 내리지 않는 도시에는 10㎝ 가량 내리기만 해도 도심이 마비하는 일이 흔하다.

그러나 울릉도는 이 정도 눈에는 끄떡없다.

지난해 1월 19일부터 25일까지 137.3㎝ 폭설이 내렸을 때도 일부 지역 급수만 잠시 끊겼을 뿐 피해는 미미했다.

그때 절반 정도인 이번 눈으로 발생한 피해는 아직 없다.

울릉군이나 주민이 눈을 치우는 데 능숙하고 폭설에 잘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군이 모든 직원을 제설에 투입했다. 굴착기 12대, 화물차 5대를 동원해 눈을 치웠다.

그 덕분에 시내버스가 정상으로 다니고 고립 마을 하나 없으며 지붕이 무너진 곳도 없다.

울릉군 관계자는 "군민은 워낙 눈에 익숙해져 있어서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이 정도 눈에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했다.

주민은 11월부터 눈에 대비해 쌀, 라면, 통조림, 부식 등을 한 달 치 정도 마련하고 가스나 연탄도 확보한다.

12월 말부터 2월 초까지 겨울에는 육지에 나가서 자녀 집이나 친척 집 등에 머물다가 오는 경우도 많다.

군은 이런 주민이 전체 1만명 가운데 1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나리분지로 유명한 나리는 주민 30여명 가운데 3분의 2 정도가 겨울엔 집을 비우곤 한다.

다만 울릉도와 육지를 잇는 여객선이 기상 악화로 20일부터 운항하지 않고 있어 관광객은 불편을 겪고 있다.

다만 화물선은 정상 운항해 물품 공급에는 차질이 없다.

오히려 나물을 재배하거나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농민은 눈을 반긴다.

한 울릉군민은 "겨울에 눈이 와야 고로쇠 수액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며 "이번 눈은 보약 눈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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