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은 우리에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줄 수 있다. 도시 유휴지에는 쓸모를 부여하고 기존 녹지에는 생산성을 더한다. 또 도시민에게는 농업을 직업으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여가'문화'치유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이때 '친환경'과 '첨단기술'은 도시농업에 경쟁력을 갖춰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키워드다. 농업(1차 산업)에 제조업(2차 산업)과 서비스업(3차 산업)이라는 날개를 달아주는 6차 산업에서도, 도심 농장은 농작물 가공장 및 판로가 위치한 도시에 있다는 장점 덕분에 주목받고 있다. 결국 도시와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모두 얘기하려면 도시농업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도시농업, 입지와 네트워크가 관건
대구농업기술센터에 2012년 조성된 LED 식물공장은 친환경과 첨단기술을 모두 아우르는 도시농업의 현재 및 미래를 보여주는 곳이다. LED 식물공장을 구성하는 입지(도심), 기술(햇빛과 토양 대신 LED 조명과 배양액 사용, 환경에 구애받지 않음), 품질(친환경 농산물 생산, 상추의 경우 기존 비닐하우스 생산량의 3배)은 도시농업의 궁극적 지향점과 일치한다. 그래서 이곳은 도시농업 참여자는 물론 농업인, 농업교육생, 청소년 등에게 현장학습의 장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친환경 첨단 농장이 도시농업의 지향점이기는 하지만 급선무는 첨단부터 전통 방식까지 다양한 수준의 도시농업이 정착할 수 있는 공간 인프라 확충이다. 즉, 도시농업의 깃발을 도심 여기저기 꽂는 것이다. 유휴지, 폐쇄된 각종 시설 부지, 자투리땅 등이 그 대상이다. 입지는 성공한 해외 도심 농장 사례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 뉴욕의 도심 농장들은 성공적 입지와 마케팅에 대한 힌트를 던져준다. 브루클린의 '이글스트리트 루프톱 팜'은 빌딩 건물 옥상(루프톱)을 활용한 농장으로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곳이다. 이곳은 2009년 농부와 연극인들이 함께 농작물을 키우는 프로젝트 장소로 출발했다. 이제는 인근에 파머스마켓을 두고 농작물을 판매하는 규모로까지 성장했다.
맨해튼에 있는 '리버파크팜'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미국 경제위기 여파로 시행사가 공사를 중단한 복합단지 부지에 들어선 도심 농장이다. 이곳은 인근에 레스토랑도 운영하고 있는데 '리버파크팜에서 생산한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채소를 요리 재료로 사용한다'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퍼져 함께 인기를 얻고 있다.
폐쇄된 공공시설 부지에 형성된 도심 농장도 있다. 독일 베를린의 쉴러키츠 정원은 2008년 운영을 종료한 템펠호프공항 부지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도심 농장이다. 대구시에 시사하는 바가 큰 곳이다. 대구시가 경북도청 이전터, 두류정수장 부지, 여러 도로 및 도시철도 주변 자투리땅 등 도심 속 '빈 공간' 내지 '빌 공간'을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도시농업의 장으로 지역민에게 제공하는 방안에 참고할 수 있어서다.
도심 농장을 도시 안에 마련할 때 반드시 고려할 점은 가게로 따지면 모객이다. 사람들의 참여를 활성화해야 하는 것이다. 생산자는 물론 소비자까지 포함해 다양한 관계자가 참여하는 네트워크 구축이다. 현재 생산자, 소비자, 그리고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지자체 및 공공기관 정도로 구성된 우리 도시농업에는 기업의 참여가 요구된다.
일본은 기업이 참여하는 도시농업이 발달해 있다. 일본 기업들은 주로 사회적 기여를 표방하며 도시농업에 참여한다. 은퇴 농업인 연계사업, 도심 농장을 활용한 실내 온도 낮추기, 양봉업 발전을 돕는 꿀벌 프로젝트 등이 진행되고 있다. 사회적 책임 실현이 기업의 필수 임무가 된 국내에서도 도시농업 네트워크 안으로 기업을 끌어들이는 분위기 조성 및 정책이 요구된다.
◆도시농업의 6차 산업 도전
도시농업의 6차 산업화 가능성을 엿보는 움직임이 요즘 대구에서 펼쳐지고 있다. 농작물을 가공해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기업 협업, 새로운 도농교류, 농업 체험관광,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현 등을 아우를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한다. 대구 북성로에 모여 있는 사회적기업들, 즉 북성로 사회적 경제클러스터의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최근 출시한 막걸리 '북성'에서 도시농업이 실현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북성로의 젊은 기업가들은 지난해 '위팜'(weFarm)이라는 이름으로 뭉쳤다. 벼농사를 짓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단순한 쌀 수확이 목표는 아니었다. 무농약, 무비료, 무경운(농기계로 땅을 갈지 않아 연료비 절감과 토양 수분 보존 등의 장점을 가진 농사법)으로 재배한 쌀로 프리미엄 막걸리를 만들기로 했다.
'위팜'은 우선 달성군농업기술센터로부터 도움을 받아 달성군 화원읍에 있는 휴경지를 빌렸다. 지난해 6월 9일 모내기를 해 10월 27일 추수를 했다. 모내기부터 수확과 탈곡까지 '손'이 도구가 됐다. '위팜'은 정미소에서 도정한 쌀을 프리미엄 막걸리를 만드는 사회적기업으로 유명한 '복순도가'에 맡겼다. 660㎡(200평) 논에서 거둔 120㎏ 쌀이 1천여 병의 막걸리로 탄생했다. 이 막걸리에는 'weFarm X 복순도가'와 '손막걸리'라는 수식어와 '북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X는 컬래버레이션, 즉 협업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위팜'은 올해 1천322㎡(400평)의 논을 빌려 경작에 나선다. 대구 달성군농업기술센터에서 기술 및 예산 지원을 받기로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기에 관광객과 기업도 끌어들이는 전략을 세웠다. 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전충훈 북성로허브 사무국장은 "2018년에는 계단식 논이 모여 있는 곳을 경작하면서 이곳을 농업 체험 관광지로 꾸며 달성군의 관광지들과 연계할 계획"이라며 "경작지에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곳에서 기업은 직원 연수와 회사 홍보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도시농업 모델을 개발해 농촌의 자원을 도시의 요구와 연결시키겠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탄핵 반대, 대통령을 지키자"…거리 정치 나선 2030세대 눈길
젊은 보수들, 왜 광장으로 나섰나…전문가 분석은?
민주, '尹 40%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고발 추진"
윤 대통령 지지율 40%에 "자유민주주의자의 염원" JK 김동욱 발언
"尹 영장재집행 막자" 與 의원들 새벽부터 관저 앞 집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