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지난주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이에 앞서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호는 대만해협을 순회하며 위력을 과시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차이잉원 대만총통의 외교 행보에 대한 '협박용'이다. '하나의 중국'을 훼손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그렇게 할 힘이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지난 9일에는 중국 군용기들이 제주 남방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했다. 핵미사일을 장착한 '중국판 B-52'로 불리는 훙-6 폭격기가 6대나 포함되어 있었다.
외교적 움직임도 눈길을 끈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왕이 외교부장의 올해 첫 정상외교 및 해외순방 대상은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물론 회담 과정에서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 약속을 쏟아냈다. 이제는 미국이 아닌 중국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은근한 속삭임이다.
이 모든 걸 이해하는 데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은 도움이 된다.
시 주석은 2013년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순방하면서 이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중국 중서부, 중앙아시아, 유럽을 경제권역으로 하는 '육상실크로드 경제벨트'와 중국 남부, 동남아시아의 바닷길을 연결하는 '해상실크로드'를 통해 아시아경제공동체를 건설하자는 구상이다. 여기에는 왕 부장이 올해 첫 해외순방에서 확인했듯이 아프리카도 포함된다.
목표대로 2049년 일대일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각종 인프라 건설에 185조원이 소요된다. 이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설립한 것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다. 대우조선해양 관련 비리 의혹을 받다가 슬쩍 잠적한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AIIB 부총재직을 맡고 있다. 홍 부총재의 잠적으로 한국은 AIIB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도 제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됐다. 인사가 망사(亡事)가 된 셈이다.
솔직히 일대일로 전략은 자칫 중화주의(中華主義: 중국의 자문화 우월주의)의 부활이 될 수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사실상 그런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그 틈바구니에 낀 한국은 좌충우돌이다. 사드 문제를 두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중국을 방문해 그들의 들러리를 서고, 국가안보실장은 미국에서 미국의 입장을 대변해 빈축을 샀다.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맺은 일본과는 소녀상 문제로 얼굴을 붉히며, 미국과의 관계도 뒤엉켜 있다.
트럼프의 등장과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따라 요동치고 있는 국제정세 속에서 '고슴도치' 전략을 펴야 할 한국은 제대로 뛰지도 못하는 살진 집토끼 모양새이다. 구한말처럼 또다시 한반도가 강대국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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