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공유하는 집단 찾아 소통 전략
오바마 자신의 생각 브랜드화 성공
대권 주자들 연고성 브랜드화 성공
진정성과 실체 예리하게 관찰해야
최근 점점 뜨거워지는 대권 예비주자들의 움직임을 접하면서 미국의 저명한 마케팅 컨설턴트 세스 고딘(Seth Godin)을 생각하게 된다. 고딘은 그의 저서 '종족'(Tribe)에서 "현대의 소비자들은 모래알처럼 흩어진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집단 즉, 종족을 이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어떻게 종족에 접근하느냐가 과제였는데, '큰 생각'(Big Think) 즉, 전략적인 생각이 핵심인 '종족 마케팅 전략'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면서, 기존의 불특정 다수를 위한 매스 마케팅에서 벗어나, 가치를 공유하는 집단을 찾아 소통하라는 방향을 제시했다.
최근 8년간의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2009년 제44대 대통령 선거에 나서며 세운 전략 중 하나가 '종족 마케팅'이었다. 전문가들은 오바마의 당선을 '종족 마케팅의 승리'로 분류했다. 전통적인 종족 관련 지지층이 미미했던 그는 혈연적 종족이 아닌, 변화를 추구하는 수많은 미국 국민을 하나의 종족으로 묶어 자신을 큰 생각으로 브랜드화(化)하여 성공한 새로운 미국 대통령으로 평가하고 있다.
남북전쟁 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링컨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서 치열하게 겨루었던 정적(政敵) 윌리엄 스워드(William Seward)를 당선 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국무장관으로 임명하여 통합의 리더십을 과시하였다.
필자는 이와 같은 '종족 마케팅' 전략을 금년 대한민국 최대의 관심사로 등장한 우리나라의 대선 상황에 투영해 보았다.
지난 1월 12일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12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 위치한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의 묘소를 찾아 참배했다. 반 전 총장은 참배 후 취재진에 "미국은 링컨 대통령 시절에 남북전쟁으로 심히 분열되고 대립한 나라였는데, 그는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으로 위대한 지도력을 보였다"고 밝혀 통합의 리더십에 대한 높은 신뢰감을 표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서로 다른 길을 걷던 두 탁월한 정치인이 선거 후 콤비를 이루어 혼란기의 미국과 미국 정부를 이끌었던 통합의 리더십을 반 전 총장은 높이 평가했다.
지금 탄핵심판 과정을 겪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가장 아쉬운 점이 바로 포용적 리더십의 결핍이라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공통된 시각이다. 박 대통령이 정부의 주요 고위 인사들과의 대면 보고를 회피하고, 쓴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그의 수첩 명단에 들어 있는 사람들만 접촉하는 폐쇄적 인사 행태를 보여 결국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에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신뢰와 정직'을 믿고 기대하던 많은 '종족' 즉, 국민 각계가 '박근혜 4년'에 많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 올해 정치인들의 대선 전략의 공통적인 기본 배경이 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재조산하'(再造山河'나라를 다시 만든다)라는 문구를 제시했다. 문 전 대표는 "임진왜란 때 실의에 빠져 있던 서애 류성룡에게 충무공 이순신이 적어 준 글귀"라며 "폐허가 된 나라를 다시 만들지 않으면 죽을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던 충신들의 마음처럼 지금 우리도 절박한 마음으로 대한민국 대개조(大改造)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자신의 슬로건인 '국가 대개조'에 동조하는 '문재인 종족'을 늘려가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해 박 대통령에게 배신을 당한 느낌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온 국민이 억장이 무너지고 있지만 여기에만 사로잡혀 있으면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 우리 모두가 더욱 두 눈 부릅뜨고 정신 바짝 차리고, 특히 대권에 나서겠다는 정치인들의 갖가지 연고성을 앞세운 '종족 마케팅' 전략이 얼마만큼의 진정성, 진실성과 실체가 있는가를 예리하게 관찰해야 더 이상의 좌절감을 맛보지 않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얼마 전 그의 8년 전 취임 메시지 'Yes, we can'을 다시 한 번 뜻깊게 외치며 국민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퇴임하는 미국의 모습을 보면서, 올해 우리의 대선 정국을 온 국민이 냉철한 자세와 합리적인 이성으로 세밀히 분석 평가해 새 희망과 행복이 가득한 '대한민국 시즌 2'를 우리 모두가 맞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자. "우리도 할 수 있다!"(Yes we can, too)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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