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醫窓] 여성 흡연의 심각성

얼마 전 결혼을 앞둔 전문직 여성이 산부인과 검진과 금연 상담을 위해 방문했다. 서른셋, 비교적 늦은 결혼과 10여 년간 흡연으로 결혼 후 임신 및 태아의 건강에 문제가 없을지 궁금해했다.

과거에 비해 여성 흡연은 크게 늘고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담배를 구입할 수 있는 탓이다. 여성 흡연에 관대해진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했다.

금연운동이 확산되면서 성인 흡연은 감소 추세이지만 청소년과 젊은 여성 흡연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외국 청소년에 비해 한국 남학생의 흡연율은 매우 높고, 여학생의 비율도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최근 세계 금연의 날 기념 세미나에서 발표된 '한국인의 금연 실태'에 따르면 1980년 이후 가장 급격하게 흡연 인구가 늘어난 연령대는 15∼19세 여성으로 1980년 2만6천 명에서 2000년 15만 명으로 늘어났다. 흡연율도 남성은 1980년 79.3%에서 2000년 65.1%로 20년 동안 15%포인트 줄었지만, 20대 여성은 같은 기간 1.3%에서 4.8%로 급격히 높아졌다.

담배 연기는 4천여 가지의 화학물질로 이루어진 독성물질이다. 화학물질 안에는 40여 종의 발암물질도 포함돼 있다. 담배 연기는 암 유발 촉진인자로 작용하며 담배 연기와 직접 접촉하는 구강, 식도, 폐, 기관지 암의 90%는 흡연이 원인이다. 흡연자는 담배 연기와 직접 접촉하지 않는 자궁경부와 췌장, 방광, 신장, 위장, 조혈조직의 암 발생률도 비흡연자에 비해서 1.5~3배 정도 높다. 특히 여성 흡연자는 남성 흡연자에 비해 암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1999년 헨쉬케 박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같은 기간에 동일한 양의 담배를 피우더라도 여성이 남성보다 폐암에 걸릴 확률이 2.3배 높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여성은 남성에겐 없는 유방암과 자궁경부암의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우리나라 여성 생식기 암 중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하는 자궁경부암의 원인은 인유두종 바이러스이지만 흡연도 독립적인 위험인자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흡연자의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비흡연자보다 2배가량 높다. 담배의 발암물질은 자궁경부 점액에서 발견되고 인유두종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은 세포에 발암촉진제나 보조제로 작용한다.

자궁경부암의 위험도는 흡연량 및 흡연 기간과 관련이 깊고, 금연하면 자궁경부암의 위험이 즉각 감소한다. 음주는 흡연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식도와 구강, 후두암의 빈도를 증가시킨다.

한국의 젊은 여성 흡연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국민 보건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는 문제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학교와 보건당국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금연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여성의 흡연은 본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다음세대의 건강과도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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