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 되려면 금연부터…엄마는 6개월 전부터 관리

부부 모두 노력 필요한 '임신 전 건강관리'

*예비 아빠는…

정상 정액 1ml 당 1500만 마리 이상

정자 운동성 40%'생존성 58% 넘어야

담배 하루 반갑 넘으면 정자 수 감소

*예비 엄마는…

풍진'결핵 등 예방 접종은 미리해야

임신 중 갑상선 탈 나면 유산 될 수도

난임 검사는 월경 주기 따라 진행

아이를 갖지 못해 고통받는 부부는 전국에 21만 명이 넘는다. 우리나라 가임기 부부 7쌍 중 1쌍이 난임으로 고민한다. 지난 5년간 난임 부부는 24%나 늘었다. 난임은 생물학적으로 임신이 가능한 상태인데도 임신이 되지 않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겪는 심리적인 고통은 더욱 크다.

난임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임신과 출산에 성공하기까지 다양한 사회적·환경적·신체적 요인이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임신을 여성의 몫으로만 돌려서도 안 된다. 난임의 원인 중 40%는 남성에게 달려 있다. 따라서 원하는 시기에 건강하고 행복한 임신을 하고 싶다면 부부 두 사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70일, 건강한 정자를 키우는 데 걸리는 시간

남성도 나이가 들수록 정자의 질과 힘이 모두 떨어진다. 여기에 흡연과 잦은 음주, 스트레스 등 환경적인 요인이 겹치면 정자가 힘을 잃는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정자를 키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70여 일. 이 시기에 생산된 정자의 양과 질은 임신의 성패를 좌우한다. 따라서 왕성한 활동력을 지닌 정자를 생산하려면 적어도 3개월 전부터는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

남성 건강을 위해 절주와 금연은 필수다. 하루 반 갑 이상 담배를 피우는 중증 흡연자는 정자의 수와 운동성이 크게 떨어진다. 체중을 줄이고 저지방 위주의 식사도 필요하다. 비만인 경우 정상 체중에 비해 정자 수와 밀도가 20% 이상 떨어진다. 또한 고지방음식은 호르몬을 교란시켜 정자의 성숙을 방해한다. 하지만 지나친 운동은 남성 호르몬과 정자 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 특히 자전거는 고환을 압박하고 고환의 온도를 높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근육량을 늘리는 스테로이드 제제도 정자에 나쁜 영향을 준다.

고환 등 생식기의 건강 상태도 점검하는 게 좋다. 특히 고환이 음낭 밖에 머무는 잠복고환의 경우 수술로 교정하지 않으면 임신 능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사춘기 이후에 유행성 볼거리에 걸린 경험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유행성 볼거리에 걸린 청소년 중 30%는 한쪽 고환에 고환염을 겪는다. 독성물질이나 방사선, 고열 등에 노출되는 직업도 정자 형성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남성의 생식 능력을 평가하는 검사는 정액검사다. 보통 2주 이상 간격을 두고 2, 3회가량 검사한다. 정상적인 정액량은 1.5㎖ 이상으로 정자 수는 1㎖당 1천500만 마리 이상, 총 정자 수는 3천900만 마리를 넘어야 한다. 정자의 총운동성은 40% 이상이 돼야 하고, 생존성도 58%를 넘어야 적절하다. 정자 모양은 4% 이상 정상이어야 한다.

영양소 섭취도 신경 써야 한다. 임신에 필요한 대표적인 영양소는 엽산과 아연이다. 엽산은 수용성 비타민으로 태아의 세포분열과 DNA 합성에 도움을 준다. 아연은 정자가 난자를 만날 때까지 정자를 보호하고 영양을 공급한다. 등푸른생선에 풍부한 코엔자임 Q10은 세포의 에너지대사와 항산화제 역할을 하며 정자의 운동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양고기와 쇠고기 등 육류에 풍부한 L-카르니틴은 부족할 때 보충하면 정자의 운동성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

신홍석 대구가톨릭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장시간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일도 자제해야 한다. 휴대전화의 전자파에 장시간 노출되면 정자의 생존성과 운동성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예비 엄마, 6개월 전부터 건강관리해야

예비 엄마의 건강관리는 임신 6개월 전부터 시작된다. 우선 건강검진과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간염은 태아에게 수직 감염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미리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간염 보균자라면 출산 후 아기에게 면역글로불린을 접종해야 한다. 풍진과 결핵, 자궁경부암, 백일해 등의 예방접종도 미리 끝내는 것이 좋다. 갑상선 기능검사도 필요하다. 갑상선 기능이상은 난임의 원인으로 꼽힌다. 임신 중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 오면 유산이나 조산을 일으킬 수 있고 태아의 성장에도 영향을 끼친다. 성병검사도 권장된다. 임신부가 매독에 감염되면 태아가 선천성 매독증후군에 걸릴 수 있다. 자궁과 난소에 혹이나 기형이 없는지 초음파검사를 받는 것도 좋다.

임신 3개월 전부터는 본격적인 건강관리를 시작한다. 금연과 금주는 물론, 적절한 운동으로 체중 조절을 해야 한다. 흡연은 조산을 유발하고 태아의 성장을 지연시킨다. 술은 태아의 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 지능 저하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태아 기형 예방을 위해 엽산을 복용하고 본인의 생리 주기와 가임 기간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적정한 체중 유지도 중요하다. 과체중과 저체중 모두 생리 불순과 난임의 원인이 된다. 지나친 스트레스도 생리불순과 난임, 유산의 원인이 된다.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가져도 1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는다면 난임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난임검사는 월경주기에 따라 시기별로 진행된다. 월경주기 3일째에 받는 호르몬 검사는 혈액으로 성선자극호르몬(FSH, LH)과 에스트로겐, 황체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젖 분비 호르몬, 난소기능평가(AMH) 등을 점검할 수 있다. 생리 직후(월경주기 5~10일째)에는 자궁과 난관의 구조를 볼 수 있는 자궁난관조영술을 받을 수 있다.

송은정 대구효성병원 제3산부인과 과장은 "생리가 규칙적이더라도 35세 이상 여성의 난자는 임신력이 떨어지므로 6개월 이상 자연임신이 되지 않으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신홍석 대구가톨릭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송은정 대구효성병원 제3산부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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