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살(1973년생)인 저는 올가을 무렵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무형이든 유형이든 제 자취가 남겠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많은 이들이 제가 가고 남은 자리를 역사의 현장으로 보존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어 그나마 위로가 되기는 합니다.
지난 세월 저는 앞만 보며 달렸습니다. '민족의 피'(대일청구권자금)로 만들어졌다는 사명감과 절박감 때문이겠지요. 저는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산 역사이면서 견인차 역할을 했던 '포스코 포항제철소 1고로'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100세가 훌쩍 넘은 나이지만 여전히 젊은이처럼 쇳물을 생산해내고 있습니다. 질 좋은 철강석과 코크스를 먹고 쇳물과 슬래그를 잘 배출시키며 건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 하반기 5살 어린 동생 3고로가 2차 개수공사를 마치면 제 몸은 불을 끄는 '종풍'을 맞게 됩니다. 현역에서 물러나지만 포항제철소 역사의 상징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겁니다.
오죽하면 제 별명이 '경제 국보 1호'이겠습니까. 제가 떠난다고 실망하지 마세요. 어쩌면 내년쯤 역사적 상징성을 담은 새로운 모습으로 여러분들을 다시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끝으로 소회를 밝히자면, 저와 함께 땀 흘린 수많은 동료들의 퇴임사를 발췌해 대신하겠습니다. "제가 떠난다고 용광로는 식지 않습니다. 열심히 일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어려웠던 우리 경제의 질곡 같은 여정을 오롯이 걸었다는 것을 영광으로 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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