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털보기자의 이슈 털기]<33>-박근혜 정부와 성균관대 그리고 삼성

20세기 마지막 연도다.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을 했더니 모교인 성균관대 재단이 삼성으로 바뀌었다. 명륜 캠퍼스(문과 중심)에는 600주년 기념관과 경영관 그리고 율전 캠퍼스(이과 중심)에 인테리전트 건물 의대가 들어섰다. 촌놈 위주의 후줄근했던 학교 분위기도 최첨단으로 변해갔고, 꽤나 있어보이는(집안이 잘 사는) 세련된 후배들이 입학하기 시작했다. '시대의 변화일까' 아니면 '삼성의 힘일까'라는 추측도 해봤다. 더 놀란 것은 학교 직원을 통해 들었던 30년 미래 프로젝트였다. 삼성은 SKY(서울-고려-연세)를 따라잡기 위한 '일류 성균관대'의 원대한 계획을 세워놨다. 2020년까지 세계 및 아시아 그리고 국내 대학평가에서 연'고대를 따라잡고, 2030년이면 견고한 인식이 박혀있는 국내 일류 대학서열을 뿌리채 흔들어 놓자는 거였다. 대학을 졸업한 지 15년째인 현재 국내'해외에서 성균관대의 위상을 생각하면, 삼성의 '일류 성균관대' 계획은 착착 맞아들어가고 있다. 아직은 조금 떨어질 지 모르지만, 15년 만에 SKY와 거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성균관 내각'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성균관대의 약진은 눈부실 정도다. 아예 '성균관 내각'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다. 일부 언론에서는 '태평 성대의 시대'라고 부를 정도다. 국무총리는 아예 성균관대 출신이 아니면 명함도 못내밀 정도다. 첫 국무총리 정홍원(법대)에 이어 두번째 이완구(행정학과) 총리 그리고 황교안(법대) 현 총리(대통령 권한대행)까지 3명 모두 싹쓸이 성대 출신이다. 정권 초기에는 허태열 대통령 실장부터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등 청와대 실세조차 성균관 출신으로 도배됐다. 오죽했으면 박근혜 정부 지난 4년을 '국성위'(국가미래연구원-성균관대-위스콘신대)가 쥐고 흔들었다고 평가할 정도다. 성균관대를 졸업한 한 새누리당 의원은 "'태평성대'라는 말이 '성균관대 출신이 잘 나간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며 "그만큼 성대 출신이 열심히 했다는 방증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부회장의 쓴 웃음

아버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이어 경영권을 물려받아 후계자로 우뚝 선 이재용 삼성 부회장. 이번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큰 고초를 겪고 있긴 하지만 특검의 야심찬(?) 구속영장 발부를 물리치고, 잠시 서울구치소에 대기하다 유유히 양복 차림으로 귀가했다. 구치소에서 내려오면서, 잠시 쓴 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 쓴 웃음의 이면에는 '결국 이 나라가 날 어쩔거야'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듯 했다.

삼성은 박근혜 정부 들어 '성균관대'를 고리로 삼아 더 큰 혜택을 누리려 했는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건 큰 오산이며, 성균관대의 미래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도와준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현재 구속 상태다. 문 이사장은 국민의 노후자금 540조 원을 관리'운영하면서, 삼성의 계열사간 합병에 수천억 원의 이익을 안겨다줬다. 구속영장이 발부 됐음에도 아직 이사장직을 유지하고, 급여를 받고 있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삼성과 성균관대 '정도(正道)를 걸어라'

이 나라에 거대한 공화국을 형성하고 있는 삼성에 고(告)한다. 대한민국을 이끄는 글로벌 기업으로 치밀하고 원대한 계획도 좋지만 정도를 걸어야 한다. 국민연금에 큰 손해를 끼치면서 계열사간 합병을 시도한다는 자체가 국민을 향한 도발이다. 삼성물산의 모태가 된 도시 '대구'의 입장에서도 이런 음흉한 삼성그룹을 원하지 않는다. 이는 삼성의 설립자의 이병철 전 회장의 뜻과도 배치된다.

성균관대 출신 정부 실세들 역시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600년 넘게 이어온 이 나라의 선비정신을 버리고, 한 기업의 이익과 결탁해서는 결코 안된다. 학교는 잘 나갈 지 모르지만, 학풍과 정신세계는 병들어 '괴물 성균관대'의 모습으로 변할 지 모른다. '잘 나갈 때, 조심하라'는 말을 되새겨야 할 때다. 만약 삼성이 성균관대 출신의 실세들을 눈에 보이지 않게 조정하려 했다면, 고려-조선시대를 이어온 성균관 유생들이 무덤을 박차고 나올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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