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버지입니다. 노란물(서양적 사고)이 머리에 들어간 애들을 데리고 북한에 들어가면 자식들의 생이 얼마나 고달프겠습니까."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24일 '아버지의 마음'을 털어놨다. 북한의 최고위층인 그가 탈북을 결심한데는 유럽에 살면서 사고가 트이고, 북한 체제에 순응하지 못한 자녀들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저녁 서울의 모처에서 대구경북 언론인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한국 언론과 밥에 '소맥'을 곁들인 간담회를 한 것은 탈북 후 처음으로 이철우 국회 정보위원장의 주선으로 모임이 성사됐다. 취재진들이 탈북 동기를 묻자 "많은 사람들이 탈북 트리거(trigger), 결정적 동기가 뭐냐고 한 마디로 얘기해달라고 하는데 이 복잡한 내용을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없지 않느냐"라고 답답해하며 아버지로서 느낀 고민을 통해 탈북 동기를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부인, 아들 2명과 함께 한국에 왔다. 그의 갈등이 시작된 것은 자녀들이 유럽에서 개인과 사상의 자유를 중시하는 교육을 받으면서다. 그는 "북한에서 세뇌 교육만 받던 우리집 애가 영국에서 지금까지 배운 것과 전혀 다른 새로운 사상과 생활을 배웠다. 우리 애가 머리카락을 길렀는데 영국 친구들이 '김정은처럼 머리 깎지 않으면 잡아간다면서?'고 농담했다고 하더라"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어 그는 "애들이 '아버지는 북한 정책이 틀리다는 것을 알면서 왜 대외활동을 하며 옳다고 외국인에게 홍보, 선전하느냐'고 했고, 그럴 때마다 저 자신이 모순에 빠졌다. 일부 사람들(북한 외교관)은 그런 애들 생각을 누르고 북한에 데리고 가는데 저는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겠더라"고 고백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긴장하는 모습 없이 소탈한 면모와 여유를 드러냈다. 폭탄주를 연거푸 들이켜며 "솔직히 한국 맥주보다 대동강 맥주가 더 맛있다. 그래도 섞어 마시면 한국 맥주가 낫다"고 농담했다. 또 "영국 고등학교에서 수학 1등 했던 아들이 한국 대학에서 수학 시험을 쳤더니 중간 밑이더라"고 껄껄 웃으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일부 언론에서 태 전 공사의 발언을 잘못 해석해 보도한 것을 두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 외교관들은 내가 말하는 것을 인터넷으로 다 챙겨볼 텐데 사실과 다른 보도가 나가면 '태영호가 한국 가더니 정부랑 짠 것 아니냐'고 의심할 것"이라며 "언론에서 제가 말하는 것을 정확하게 보도해주시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간담회가 끝날 때쯤 그는 북한 내 민중 봉기가 가능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태 전 공사는 "대북 전문가들은 민중 봉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하지만 제 생각은 다르다. '아랍의 봄'도 밑에서부터 시작된 것 아니냐"며 "다양한 방식으로 북한 주민을 계몽시켜야 한다. 계속 가솔린을 부어서 거기서 불이 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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