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희구의 시로 읽는 경상도 사투리] 대구식<大邱式> 인사법 2

상희구(1942~ )

야이, 문디야!

옛날, 대구지방에서 많이 유행하던 인사법인데 아주 친한 친구를 참 오랜만에 만났을 때 너무 반가워서 상대방의 어깨를 툭 치며 나누는 인사다. 문디는 문둥이의 경상도 방언으로 위의 글을 바로 표현하면 '야이, 문둥이야!'라고 할 수 있다. 그 옛날 대구지방에는 보리밭과 나환자가 참 많았다.

오죽했으면 '보리문디'라고 했을까? 그때 나환자들 이 사람들의 눈길을 피하기 위하여 대개 보리밭 속으로 몸을 숨기곤 했다고 해서 생긴 말인 듯한데 위의 '야이 문디야!'라는 표현은 주로 친한 여인들 사이에 쓰였던 참 애정이 깃든 인사법이다. '야이 문디이 가시나야' '야이 문디이 겉은 늠아' '문디이 꽝칠이 겉은 늠아' '문디이 자석' 등 여러 가지 어투가 있는데 위의 짧은 이 몇 마디 속에는 '그동안 잘 있었느냐?' '참 오랜만이구나' '어데 아푸진 않느냐?' '부모님은 잘 계시능강?' '밥 묵을 걱정은 없냐?'와 같은 온갖 다정스러운 의미가 모두 함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일견 인사말의 전후 내용을 사실적으로 따진다면 사람들 사이에 천형天刑으로 일컬어지는 문둥이라는 호칭을 앞세워 가장 애정 어린 인사법으로 바꿔버린 이런 아이러니는 경상도식의 가장 반어법적(反語法的)인 인사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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