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부모님께 화재감지기 선물하세요

"아버님댁에 보일러 놔드려야겠어요"라는 10여 년 전 모 보일러 회사의 광고 문구가 있다. 추운 겨울 부모님이 고향에서 따뜻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자식의 마음을 표현한 내용인데 당시 주목받은 광고로 기억된다. 이번 설 명절에는 고향의 소중한 가족, 친지와 우리 이웃에게 화재예방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면 어떨까. 농어촌 지역은 화재 시 연소 확대가 빠른 목조주택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소방서(119안전센터)도 원거리에 있어 화재 시 재산 및 인명 피해가 크므로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가 시급한 지역이 많다. 또한 일반주택이 많으며 홀몸노인 등 이웃의 손길이 닿지 않는 소외계층이 거주하는 비율이 높다.

최근 3년간 연평균 우리나라 전체 화재를 분석해보면 4만2천500건 중 일반주택(단독'연립'다세대'다가구주택 등) 화재가 7천703건으로 18%를 차지한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전체 화재 사망자 295명 중 145명(49%)이 일반주택에서 발생했다. 이처럼 주택화재에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이유는 화재를 조기에 인지하지 못해 유독가스 흡입으로 사망하거나 인지하더라도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아 초기 화재 진압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설치의 수고와 비용도 적게 드는 '단독경보형 감지기'와 '소화기'는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의 안전을 지킬 수 있고, 자식의 마음에 안심을 담아오는 작지만 큰 효도이자 설 명절 최고의 선물이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자체 내장형 배터리로 작동되며 연기 발생 시 경보음과 함께 음성 메시지로 화재 발생을 알려 조기 화재 인지와 인명 대피에 많은 도움을 준다. 소화기도 '한 대의 소방차'로 비유될 정도로 초기 화재 대응에 효과적이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다. 소화기는 3만원 안팎, 감지기는 1만~2만원대로 인터넷이나 대형마트 또는 인근 소방기구 판매점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가까운 소방서에 문의해도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지난 2012년 개정된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신축주택은 소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기존 주택의 경우에는 5년간의 유예기간을 둬 2017년 2월 4일까지 설치하도록 했다. 소방시설 설치기준을 살펴보면 소화기는 가구별'층별 1개 이상 설치하고,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침실'거실'주방 등 구획된 실마다 1개 이상 천장에 부착하면 된다. 다만 아파트와 기숙사는 이미 소방시설이 설치돼 있기 때문에 제외된다.

정부가 이처럼 법을 개정한 것은 그만큼 주택에서 화재로 인한 피해가 많이 발생하고, 주택 내 소방시설을 설치할 경우 초기 화재 진압과 사망자 감소에 큰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기초 소방시설 설치 의무화 추진사항을 보면 미국의 경우 1977년에 설치를 의무화했고, 호주의 경우 이미 1990년 2월부터 모든 주거용 건물 소유주에게 적어도 각층에 1개 이상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설치토록 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2006년 6월 1일부터 신축 단독주택과 100㎡ 미만 복합주택에 화재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했다. 프랑스 또한 2011년에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의무 제도 기준을 마련했다.

주택에 단독경보형 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한 미국의 경우 제도 기준 마련 이후 주택용 화재경보기 보급률 95%를 달성하는 데 27년이 걸렸지만, 사망자 수는 제도 시행 시점보다 무려 47%나 감소했다. 영국과 일본 또한 각각 54%, 17.5%의 사망자 감소율을 나타냈다. 이제는 "부모님 댁에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 놔드려야겠어요"라고 말해야 하는 시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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