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을 3월 13일 이전에 내려야 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3월 13일은 이정미 선임재판관이 퇴임하는 날이다. 그리고 박 소장은 이달 말로 퇴임이 확정되어 있다. 따라서 3월 13일 이전에 헌재가 탄핵심판 선고를 하지 않으면 이후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재판관은 9명에서 7명으로 줄어든다. 박 소장의 발언은 이런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심판 진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박 소장의 걱정은 일리가 있다. 탄핵심판 결정을 위한 최소 정족수는 재판관 7명이며 탄핵안 인용이든 기각이든 7명 중 6명이 의견을 같이해야 한다. 문제는 남은 재판관 7명 중 한 명이라도 사퇴한다면 탄핵심판 자체가 무산된다는 점이다. 최소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 소장이 탄핵심판 선고 데드라인을 3월 13일 이전까지로 제시한 것은 그런 사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는 해도 박 소장의 발언은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가 탄핵심판을 신속히 진행하고는 있으나 아직 정해진 절차의 반도 소화하지 못한 상황에서 결론을 내야 할 시점을 서둘러 제시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심판 종료 기일을 미리 밝히는 것 자체가 헌재가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그 방향으로 탄핵심판을 몰고 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을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 탄핵에 따른 국정 공백을 하루라도 빨리 해소하기 위해 헌재가 신속히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헌재도 이에 깊이 공감해 지난해 12월 9일 탄핵심판 사건 접수 이후 휴일도 없이 재판 준비와 심리 진행에 진력해왔다. 헌재의 그런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속전속결만이 최선은 아니다. 탄탄한 법 논리로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공정한 판결을 내려야 하는 것도 신속함 못지않게 중요하다. 아니 신속한 심판보다 공정한 심판이 더 중요하다. 공정하지 않다는 시비에 휘말리면 탄핵을 결정한 국회는 물론이고 헌재까지 '정당성'을 의심받게 되는 최악의 사태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속도를 위해 공정을 희생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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