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인의 '가마솥' 같은 기질은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하 아너회원)들에게 두드러진다. 대구에서 아너회원이 처음 탄생한 것은 2010년 12월, 전국 시'도 중 7번째로 출발한 만큼 대구의 도시 위상에 비춰볼 때 결코 빠르다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후 대구는 아너회원 역사에 많은 이정표를 남기며 전국적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가족이 함께 회원으로 가입하고 싶다고 했다. "부모와 아들까지 3대가 모두 함께 (익명으로) 아너회원이 되겠다"고 했다. 3대 9명이 아너회원으로 가입하는 것은 전국 최초였다. 2015년 2월에는 고 정휘진 경동기업 대표이사 가족 5명이 한꺼번에 아너회원이 되면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가족회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대구의 나눔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분이 바로 '키다리 아저씨'이다. 2012년 1월 처음 나타난 키다리 아저씨는 우리가 흔히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수수한 60대 차림새였다.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잘 사용해 달라"는 한마디와 1억원짜리 수표 1장을 남긴 채 홀연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해 12월 또다시 국밥 한 그릇을 사고는 1억2천300여 만원을 남기고 떠났다. 지난해 12월까지 키다리 아저씨가 보낸 성금은 7억2천여 만원이 넘는다. 담당 직원은 "성금을 낼 때마다 몇십 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키다리 아저씨는 '내가 돈이 많아 이렇게 성금을 내는 것이 아니고 모아서 낸다'고 말했다"고 했다.
㈜빙고플랜트 김장덕 대표이사 이야기도 가슴 뭉클하다. 가난한 어린 시절, 학업을 중단한 채 차비 3만원을 갖고 무작정 경주에서 대구로 올라왔다. 냉동설비업체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꿈을 키워나갔다. 탁월한 성실함으로 한푼 두푼 돈을 모을 수 있었고, 2005년 대구의 10번째 아너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로써 대구는 드디어 '아너클럽'을 창단할 수 있게 됐다. 부부가 함께 아너회원으로 가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김 대표와 부인 정명순 씨는 2016년 말 자녀 결혼식을 계기로 부인이 아너회원(74호)으로 가입하면서 '부부 아너회원'의 영예를 안았다. 부부회원, 친구회원 등이 많은 것도 대구아너클럽의 또 다른 특징이다.
대구 최초의 20대 청년아너는 2015년 3월 익명으로 탄생했다. 그리고 그해 7월 '청년버핏'으로 잘 알려진 박철상 씨가 대학생 첫 아너회원이 됐다. 지금까지 17억여원을 기부한 박 씨는 '2016년 올해의 아너회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7 대구아너클럽(회장 이수근 온누리대학약국 대표)은 달구어진 가마솥이 더욱 열기를 뿜어내듯 도약을 넘어 비약의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당장 오는 2월 1일 대구 도시철도 2호선 경북대병원역에 전국 최초로 아너 명예의 전당인 '사랑의 열매 나눔문화관'을 연다. 또한 2017년 아너소사이어티 전국 대표회의가 대구에서 열린다. 전국 대표회의 대구 개최는 대구아너들의 긍지와 자부심, 단결력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올해 중으로 '대구아너 100호'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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