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음력설) 연휴를 맞아 북·중 접경의 북한식당이 '춘제 특수'를 누리는 가운데 작년 4월 닝보 북한식당 종업원 탈출사건 여파인 듯 한국인 손님에겐 날씨만큼이나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 북한식당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북한식당 매출이 급감하고 중국 정부의 제재 동참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한때 나오기도 했지만, 중국인 고객의 증가로 인해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춘제 당일인 28일 정오께 북·중 접경 중심도시인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 시 시타제(西塔街)에 있는 북한식당을 둘러보니 예전 한국인, 중국인 방문객이 자주 찾던 8개 중 3곳은 설 연휴 임시휴업 중이었다.
하지만 영업을 하는 5곳 중 3곳에선 한국인 손님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한 북한식당은 입구를 거쳐 2층 테이블에 앉을 때까지 제지가 없었으나 음식을 주문하는 과정에서 여종업원이 한국인임을 알아채곤 "남조선(한국) 손님에겐 봉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이 종업원은 새침한 표정으로 "다 아시잖나. 나가 달라"고 대꾸했다.
다른 북한식당에서도 출입문을 통과해 테이블로 안내하는 종업원이 중국어로 "니스 차오셴쭈마?(조선족이시냐)"라고 묻더니 대답을 하지 않자 "난차오셴런마?(남한사람이냐)고 재차 물었다.
한국사람이라고 답하자 여종업원은 그제야 "남조선 손님에게 봉사 안 한다"고 했다. 그는 "남조선 당국이 우리 북조선 처녀 13명을 돌려보낼 때까지는 안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중국 공무원의 식당 이용이 금지됐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종업원은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 중국 관원에 물어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또 다른 북한식당은 출입구를 열어두고는 영업 여부에 관한 질문에 "오늘 장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출입구 안쪽 작은 방에서 대기하던 여종업원에게 '한국사람이라서 안 받는 거냐'고 물었으나 아무런 설명 없이 "영업하지 않는다"고만 말했다.
다른 북한식당 2곳은 한국인 손님에 대해 제지를 하지 않았다.
시타제의 북한식당 중 비교적 규모가 커서 북한공관 행사나 조선족 결혼식 피로연을 많이 유치하는 한 식당은 평소와 달리 입구에 손님을 응대하는 여종업원이 서 있지 않았다.
테이블에 앉아 주위를 살펴보니 홀과 복도를 사이에 두고 8~10명 단위로 원탁에 둘러앉아 식사하는 룸에 손님이 북적댔다.
이 식당은 지난 27일 하루를 제외하고 중국 설 연휴에도 계속 영업을 한다는 안내문을 입구에 내붙였다.
계산대의 여직원에게 춘제 당일에도 문을 연 이유를 묻자 "한족(漢族) 식당은 종업원들이 고향에 가기 때문에 영업을 못 하지만 조선(북한)식당은 종업원들이 그대로 있어 영업할 수 있다"며 "(중국인 손님의)예약이 많아서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시타제의 북한식당을 자주 찾는다는 조선족 사업가는 "작년 4월 저장(浙江)성 닝보(寧波) 류경식당의 여종업원 집단탈출 이후 한국인에 대한 경계가 심해지고 아직도 그런 분위기가 여전하지만, 일부에선 다소 느슨해진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선을 신비롭게 보는 분위기 때문에 일반 중국인 고객이 증가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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