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리 0.1%p 오르면 자영업 폐업위험 10%↑

음식·숙박업 위험도 10.6%, 경기에 가장 민감한 업종

대구 북구에 사는 윤모(47) 씨는 2년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집 근처에 치킨집을 차렸다. 투자금은 권리금 5천만원을 비롯해 임대보증금 4천만원, 시설투자비 2천만원 등 모두 1억1천만원이 들었다. 2년 가까이 월 100만원의 임차료를 내며 치킨집을 운영했지만 설을 며칠 앞두고 문을 닫고 말았다. 인근에 치킨집이 2곳이나 더 생긴데다 올 들어 임차료가 올라 재계약이 힘들어진 탓이다. 사업 실패로 남은 것은 1억원이 넘는 빚뿐이다. 식당 창업을 준비하려고 하지만 겁이 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내수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영세 자영업자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대출 금리(이자율)의 상승이 자영업자의 폐업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경고가 나왔다. 30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국내 자영업의 폐업률 결정요인 분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0.1%포인트(p) 오르면 폐업위험도가 7∼10.6%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음식'숙박업의 폐업위험도가 10.6% 상승해 금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중년층이 직장에서 은퇴한 후 많이 차리는 치킨집과 소규모 식당이 금리 인상의 직격탄에 노출된 셈이다.

반면, 도'소매업과 수리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은 7∼7.5%로 상대적으로 덜 반응했다. 보고서는 "폐업위험도 상승에는 자영업체가 직면한 금리 부담의 증가뿐 아니라 금리 인상으로 인한 소비지출의 위축이 폐업률에 미치는 영향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임대료 증가보다 자영업자의 폐업위험도를 훨씬 높이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3대 자영업 업종의 평균 생존기간을 살펴보면 음식'숙박업이 3.1년으로 가장 짧았고 도'소매업은 5.2년, 수리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은 5.1년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음식'숙박업은 소비자물가지수로 대변되는 경기에 가장 민감한 업종이고 경쟁업체의 증가가 폐업률을 높이는 효과도 가장 크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금리 상승이 지역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한 해에만 대구경북에서 폐업한 사업자가 4만3천 명에 달했다. 전체 자영업자(84만6천 명) 중 5%에 해당하는 수치로 전년(1만4천 명)에 비해 4배 가까이 폐업자가 늘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미국 금리 인상 전망 영향으로 최근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0.1%p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지역에서 폐업률이 10% 이상으로 높아지게 된다. 이럴 경우 대구경북에서 올 한 해 10만 명에 육박하는 폐업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건영 CEO컨설팅 팀장은 "작년 말까지 시장 금리가 급등했으나 최근에는 조정을 받는 중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대출 금리도 상승 중이다. 문제는 지역의 자영업자들이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이 경우 실업자가 계속 늘면서 국민 가계부채 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결국 소비 여력까지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돼 지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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