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무죄 판결과 포스코의 앞날

법원이 포스코 비리와 관련해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이 8개월 동안 수사에 매달리면서 엄청난 비리가 있는 것처럼 떠들썩하게 만들고는, 고작 이런 결과를 냈다니 기가 찰 수밖에 없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의 전형인 만큼 검찰이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사건이다.

당초 이 사건은 '청와대 하명'에 의해 개시됐다는 얘기가 많았다. 2015년 2월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포스코 임원의 횡령 및 비리 처벌'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검찰이 수사에 뛰어들었으니 무리한 수사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았다. 이번 판결이 1심 결과인 만큼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검찰의 부실 수사는 두고두고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법원은 정 전 회장의 무죄에 대해 "단순히 사후에 경영상 큰 손실이 발생했다는 결과만 보고 형법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했다. 법원이 경영자의 단순한 판단 잘못을 배임으로 처벌하지 않는 추세를 보이는 만큼 정 전 회장의 무죄 판결은 당연할지 모른다. 그렇더라도, 정 전 회장이 법률적으로는 죄가 없을지 모르지만, 포항지역 사회 및 포스코 주변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정 전 회장의 재임 시절, 포스코가 내리막길을 걸었고 MB 정권 및 정권 실세와의 유착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은 포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포스코가 어려웠던 이유가 국제 경기 탓도 컸지만, 정권 실세, 주변 인사들과 주고받은 청탁관계로 인해 비롯됐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검찰이 그 내막을 제대로 밝히지 못했을 뿐, 정서적으로는 유죄라고 볼만한 구석이 많은 사건이다.

정 전 회장 재임 때에 일어났던 사건은 이제 지나간 과거다. 청와대와 정치권이 '국민기업' 포스코를 좌지우지하려다 보니 숱한 비리가 생겼다. 일부 임원들이 정치권에 줄을 대 승진하고 자리를 보존하려는 풍토가 있는 것도 현실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홍역을 치르고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면 얼마나 어리석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포스코는 정치권과 단호하게 결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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