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애보고 살림하는' 남성 16만명…해마다 급증

사회 인식 변화와 함께 전문직 여성의 증가, 전반적인 고용사정 악화 등으로 집에서 아이를 돌보거나 살림을 떠맡는 남자, 이른바 '전업주부'(專業主夫)가 빠르게 늘고 있다.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비경제활동인구 중 육아·가사노동을 하는 남자는 모두 16만1천명으로 2010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가사활동을 하는 남자가 15만4천명이었고, 육아에 전념하는 남자가 7천명이었다.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는 남성의 수는 2003년 10만6천명에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면서 2010년 16만1천명까지 늘어났다가 2011년 14만7천명, 2012년 14만7천명, 2013년 14만4천명, 2014년 13만명까지 줄었다.

그러나 2015년 15만명으로 증가세 전환한 뒤 지난해 16만1천명까지 늘어났다.

최근 2년새 24% 급증한 것이다.

이러한 증가세는 가사 전담 남성이 주도하고 있다.

통계청은 초등학교에 입학 전인 미취학 아동을 돌보기 위해 집에 있는 사람을 '육아'로, 초등학교 이상인 자녀를 돌보면서 자기 가정에서 가사 업무를 수행하거나 가사를 돌볼 책임이 있었다고 답한 사람을 '가사'로 분류하고 있다

육아활동을 하는 남성은 2012년 5천명, 2013년 6천명, 2014년 6천명, 2015년 8천명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7천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가사활동을 하는 남성은 2012년 14만2천명에서 2013년 13만8천명, 2014년 12만4천명까지 줄었다가 2015년 14만2천명, 2016년 15만4천명으로 증가했다.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는 남성의 수가 늘어난 것은 최근 전문직 여성의 증가로 남성에 비해 높은 수입을 올리는 여성이 많고 전통적인 남녀의 역할 관계에도 변화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성 연상 커플의 증가도 육아·가사활동을 하는 남성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는 여성의 수는 2013년 729만8천명을 정점으로 줄기 시작해 2014년 714만3천명, 2015년 708만5천명, 지난해 704만3천명까지 감소했다.

사회적 인식과 제도 역시 남성이 육아와 가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정부가 시행 중인 '아빠의 달' 제도가 대표적이다.

'아빠의 달'은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두 번째 사용자의 첫 3개월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100%(최대 150만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명칭처럼 대부분 아빠가 이용한다.

롯데그룹은 대기업 중 처음으로 이달 1일부터 '남성 직원 의무 육아휴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배우자가 출산한 경우 의무적으로 최소 1개월 이상 휴직하는 제도다.

다만 늘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남성이 전체 육아 및 가사노동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를 겨우 넘는 수준인 만큼 꾸준한 정책적 뒷받침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기준 비경제활동인구 중 육아·가사 종사자는 720만4천명으로 이중 남성은 2.1%에 불과했다.

육아·가사 종사자 중 남성의 비중은 같은 통계 기준이 적용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1∼2%대를 오르내리면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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