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황 딛고 약진하는 대구 기업] '삼보모터스'-'대동공업'-'엔유씨전자'

잘나가는 비결 3가지…트렌드 예측, R&D 투자, 글로벌 영업

새해 벽두, 국내기업들이 내놓는 경기 전망은 '경고음'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다년간의 투자로 쌓아올린 기술 저력과 산업 트렌드 변화를 읽어내는 정확한 분석력이 있다면, 글로벌 경기불황도 두렵지 않다. 대구에도 이런 기업들이 있다. 삼보모터스㈜는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자동차 기술력을 확보해 약진하고 있고 국내 농기계 1위 업체인 대동공업㈜은 작년 앙골라와 1천억원 계약을 맺는 등 해외 수출길을 넓히고 있다. 프리미엄 주방가전업체인 ㈜엔유씨전자는 전 세계 70여 개국에 착즙기 등 소형가전을 판매하고 있다.

◆삼보모터스, 미래차 R&D에 투자

국내 자동차부품 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침체가 예상된다. 내수와 수출의 동반 감소에다 완성차 대기업들이 해외 시설투자를 늘리면서 국내 부품업계는 큰 타격이 우려된다. 지난해 현대차 파업으로 업계에는 큰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삼보모터스는 이런 안팎의 어려움에도 지난해 전년 대비 15% 늘어난 3천억원(본사 기준)의 목표 매출을 달성했다. 올해 삼보모터스는 3천200억원, 삼보그룹 전체로는 1조5천억원의 매출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삼보모터스는 글로벌 수출 주력과 거래처 다변화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지난해 GM에 300억원의 추가 물량을 수주해 거래액이 총 600억원으로 늘었고 일본 닛산, 독일 폭스바겐에도 수출을 더 집중한 덕분이었다. 삼보모터스 측은 "글로벌 기업들의 수주 확대가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노사 간 상생도 큰 힘이 됐다. 지난해 8월 현대차 파업으로 부품업계에 생산 차질이 빚어졌을 때, 삼보모터스 노조는 사측에 임금 및 단체 협상을 위임했고, 회사는 5% 임금 인상으로 답하며 임단협 무교섭 타결을 일궈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해 예정보다 30% 많은 100명의 직원을 채용해 대구시 고용증진대상을 받는 등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삼보모터스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는 전기차'수소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자동차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다.

삼보모터스는 차량의 추진력을 향상시키는 '전기차용 구동모터 감속기'를 개발, 지난해 60억원에 이어 올해 100억원 물량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납품할 계획이다. 또 최근에는 '수소차 연료전지 관련 분리판 코팅 기술'을 개발, 현대기아차가 수소차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자율주행차 부문에서는 선행 차량과의 거리, 상대 속도를 측정해 차량 간격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스마트 크루즈 콘트롤'(Smart Cruise Control) 커버를 개발해 현대차에 이미 납품하고 있다. 이재하 삼보모터스 회장은 "부품사가 자동차산업의 동향 변화를 읽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꾸준한 연구개발로 미래 먹을거리를 준비하는 것이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대동공업, 선진국'개도국서 꾸준히 러브콜

대동공업은 농기계 후발주자인 한국의 기술력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지역 대표 기업이다.

국내 농기계 시장은 일찌감치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국내에서는 해마다 트랙터 1만 대, 승용 이앙기 3천여 대, 콤바인 2천 대 정도의 소량만 판매되다 보니 전체 내수시장 규모가 1조원에 그쳤고 대다수 농기계 업체가 경영상태 악화 또는 파산까지도 겪고 있다.

대동공업은 이런 가운데서도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트랙터와 경운기 등 핵심 농기계를 생산하면서 국내외에 꾸준히 납품하고 있다. 1993년 북미에 설립한 미국 법인 대동USA는 2015년 기준 2억3천만달러 매출을 기록할 만큼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 유럽, 호주, 중동, 아프리카 등 세계 각국에 진출해 그 명성을 떨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정부'기업 관계자들도 대동공업 국내 본사를 방문하면서까지 구매 문의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미 외국에서 딜러'소비자 친화적인 판매 정책을 펼치기로 널리 알려졌다. 지난해 대동USA는 농기계 금융회사 디엘엘파이낸스LLC와 7천만달러 규모의 여신한도 계약을 맺고 북미 농기계 딜러를 대상으로 하는 자체 도매 할부금융 서비스를 도입했다. 딜러와 소비자에게 할부금융을 제공해 구입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다. 이를 계기로 북미에서의 시장 점유율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대동공업은 기대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으로부터의 러브콜도 꾸준히 이어진다. 지난해 10월에는 앙골라 농업부 산하 국립농업기계화회사(MECANAGRO E.P)와 1천125억8천만원 규모의 농기계 판매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10월 18일까지 앙골라에 총 3천 대의 트랙터'경운기를 보급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014년에는 미얀마 정부와도 다년간 연간 1억달러 상당의 농기계 약 6천700대를 수출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전년(2013년) 우리나라 트랙터 전체 수출 3만5천 대의 약 13%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동공업 관계자는 "해외 박람회에 꾸준히 참가하며 기술력을 알렸더니 수출이 이어지는 결실을 낳고 있다. 앞으로도 전 세계 시장을 꾸준히 공략하며 대폭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대동USA는 2021년 매출 두 배 성장을 목표로 현지 법인 확장과 신제품 도입을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엔유씨전자, 연간 40회 이상 해외 마케팅 참가

엔유씨전자는 40여 년간 착즙기, 원액기 등 소형 주방 가전 외길만을 걸어왔다. 창업 초기부터 기술연구소를 운영해왔고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디자인 전담 부서를 별도로 갖춰 소비자의 요구와 경향을 반영한 제품 개발에 꾸준히 노력해왔다.

매출의 80%가량이 수출에서 나온다. 최근 수년 새 대규모 불황 탓에 대다수 수출기업이 수출액 하락을 겪고 있다. 엔유씨전자 역시 지난해 중국 내 자국제품 사용 캠페인이 확대되면서 중국 시장 매출이 급감했다. 이런 가운데도 다른 국가로의 수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미국과 일본, 독일 등 70여 개국에 수출하며 지난해 기준 4천만달러 수출을 기록했다.

수출에서 두각을 보이니 곳곳에서 이 기업의 실력을 알아봐 준다. 2014년에는 한국무역협회로부터 5천만불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지금껏 산업통상자원부의 '글로벌 생활명품', 중소기업청이 선정한 '글로벌 강소기업', 신용보증기금 선정 '신보스타기업' 등 화려한 수상 이력을 자랑한다.

매년 뛰어난 실적을 유지하는 비결은 쉼 없는 연구개발과 꾸준한 해외시장 발굴이라는 게 엔유씨전자 측 설명이다. 김종부 엔유씨전자 회장은 1년 가운데 3분의 1은 외국에 가 있다. 지난해에도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프랑크푸르트 소비재박람회 암비안떼 등 전 세계 40개국 가전 전시회에 참가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바이어로부터 환심을 사는 한편 영업력 좋은 대리점도 꾸준히 발굴했다. 내수시장에 그치지 않고 수십억 소비자가 두루 선호하는 사용성 높은 디자인과 탄탄한 성능을 앞세워야 성공한다는 목표의식이 주효했다.

김 회장은 "지역 중소기업에는 내수 시장도 중요하지만, 더 멀리 보고 수출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경기가 아무리 나빠도 연구개발(R&D)만큼은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에 더해 해외 마케팅이 뒷받침된 덕분에 뛰어난 품질과 고객 신뢰를 함께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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