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제 편하자고 지역 중소업체 입찰 막은 경북개발공사

경북개발공사가 안동 도청 신도시 공공임대주택 건립 공사에 지역 중소시설 업체의 입찰을 가로막아 말썽이다. 경북개발공사는 전기'통신'소방시설 등의 공사를 분리 발주하지 않고 통합 발주해 사실상 대기업에 공사 전체를 몰아주려 한다는 것이다. 경북도 산하 공기업이라면 지역 중소업체의 어려움을 헤아려야 하는데도, 입찰 기회조차 차단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경북개발공사가 지난해 말 입찰 공고를 낼 때부터 말썽은 예견돼 있었다. 경북개발공사는 입찰을 '기술 제안' 방식으로 하고 참가 자격도 시공 능력 공시액 1천억원 이상 업체로 정했다. '기술 제안' 방식은 상징성'기념성'예술성 등이 필요하거나 어려운 기술이 필요한 시설물 공사에 적용하는 것인데, 임대주택 공사에 반드시 필요한지 의문스럽다.

불합리한 입찰 방식에 지역의 전기'통신'소방시설 업체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역 중소기업의 입찰 자격을 박탈하고 건설 분야 대기업의 배만 불리는 방식"이라는 중소업체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중소업체들은 가뜩이나 불경기로 일감이 없는 상황에서 공기업의 입찰마저 가로막혔으니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경북개발공사는 적법한 입찰 방식이라며 고칠 생각이 없다. 경북개발공사 측은 "공사를 관리'감독할 만한 담당자가 한두 명뿐이어서 설계부터 시공까지 한몫에 해결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해명했다. 이는 대기업에 일괄 발주하면 편하게 관리'감독할 수 있는데, 굳이 소규모 업체에 발주해 불편함을 떠안기 싫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기업이라면 모를까, 공익을 우선하는 공기업의 해명치고는 너무나 저급하다.

경북개발공사는 도청 신도시의 땅장사를 벌여 지난해 상반기에만 2천억원 가까운 순이익을 얻었다. 그 엄청난 수익에 비해 전기'통신'소방시설의 공사비 총액이 236억원에 불과해 푼돈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영세업체에는 사활이 걸린 금액이다. 입찰 마감일이 13일까지라고 하니 입찰 방식을 고쳐야 한다. 지역 중소업체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공기업은 존재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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