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선사` 한진해운, 40년 만에 사라진다

'국내 1호 선사' 한진해운, 40년 만에 사라진다

한진해운이 결국 파산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로써 한국 원양 해운업의 시초로 국내 최대, 세계 7위 해운사에 이름을 올렸던 한진해운은 창업 4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2일 한진해운에 대한 회생절차(법정관리) 폐지를 결정했다. 회생절차 폐지는 사실상 파산을 뜻한다. 법원은 빠르면 17일 파산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한진해운은 1977년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국내 최초의 컨테이너 전용선사로 설립했다. 창업 이듬해인 1978년 중동 항로를 개척했고, 1979년 북미 서안 항로, 1983년 북미 동안 항로 등을 연이어 개설했다. 1988년엔 대한상선(대한선주)을 합병해 국내 '1호 선사'로 위상을 높였고, 1992년엔 국내 최초로 4천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한진오사카호)을 도입했다. 이후 1990년대 후반 미국 시애틀, 롱비치 등 주요 항만에 전용 터미널을 세우고, 국내외 선사를 잇달아 인수해 몸집을 불렸다.

한진해운의 초고속 성장은 2세대까지 이어졌다. 2002년 11월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이 타계하면서 셋째 아들인 조수호 회장이 경영을 물려받았다. 2000년대 중반까지 5천750TEU급 컨테이너선을 잇달아 인수했다.

그러나 지난 2006년 조수호 회장이 지병으로 별세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부인 최은영 회장은 중장기 전략 부재라는 혹평에 시달렸고,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직격탄을 맞으며 운영난에 빠졌다. 결국 한진가 장남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돕겠다고 나서 2014년 회사를 인수, 경영 정상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대한항공을 필두로 계열사를 총동원해 총 1조7천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끝내 회생에 실패했다. 3년 연속 수천억원의 적자를 내고, 지난해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현재 한진해운은 해외 터미널 등 주요 자산 매각을 마무리했고, 기존 인력 대부분은 현대상선'삼라마이더스(SM) 등 다른 선사로 옮겨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