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1일 대선 불출마 선언은 대선 정국은 물론 대구경북(TK) 정치 지형에 상당한 충격파를 던져주고 있다. 새누리당의 분열로 잉태된 바른정당이 새누리당 텃밭에서 보수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반 전 총장의 낙마로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이 결국 바른정당 행을 택하고 그의 15%대 안정적인 지지율이 바른정당에 투영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던 때문으로 바른정당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반 전 유엔 사무총장의 '바른정당행'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왔다. 오세훈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2일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과 연대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는 얘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의 대선 기권으로 대구 정치권은 바른정당의 힘이 약해지고 다시 '새누리 판'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중이다.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은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로 바른정당이 TK에서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사실상 놓쳐 버렸다"며 "새누리당이 다시 TK에서 장악력을 유치한 채 새누리당은 TK 자민련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대구는 13대 민정당, 14대 민자당, 15대 신한국당, 16'17'18대 한나라당, 19대 새누리당으로 옷만 갈아입었을 뿐 일당 체제가 유지되면서 '막대기 선거'라는 비판이 나올 만큼 '묻지 마 투표'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분주하게 돌아갔던 새누리당 기초'광역의원들의 정치 셈법도 일단정지 상태다. 바른정당으로 말을 갈아타려던 이들 의원들이 장고에서 관망모드로 속속 전환하고 있는 등 새누리당의 TK 자기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대구 한 시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정국이긴 하지만 아직 새누리당을 탈당하지 않은 상태인 데다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TK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동정 여론이 일 것이란 예측이 많다"며 "내년 지방선거까지 새누리당 프리미엄이 작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새누리당에 일단 남아있어야 하며 섣불리 행동하지 않겠다"고 귀띔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기 하루 전 매일신문의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은 28.8%의 정당 지지율을 얻어 바른정당 15.1%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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