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개'라는 별명을 가졌다면 과연 정상적인 사람일까?
한국에서 이런 별명으로 불린다면 분명히 '또라이' 내지 '정신병자' 취급을 받는 사람이다. 우익 논객들이 북한 김씨 왕조를 '미친개'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인간말종'의 또 다른 표현일 것이다. 우리 통념상 타인을 심하게 욕하고 싶으면 앞말에 '개'자를 붙인다. '개 같은…' '개만도 못한…' '개떡 같은…' '견자(犬子)…' 같은 비속어가 쓰이는데, 거기에 '미친'까지 덧붙이면 최악의 인간임이 틀림없다.
매일신문이 1955년 5월 20일 자 1면 제목에 '大統領'(대통령)을 '犬統領'(견통령)이라고 잘못 썼다가 홍역을 치른 일이 있었다. '大'(대)와 '犬'(견)의 점 하나 차이를 발견하지 못한 식자공의 실수였다. 당시 '민족의 국부'로 불리던 이승만 대통령을 무엄하게도 '개'라고 일컬었으니 온통 난리가 났다. 그때부터 모든 신문사들이 활자에서 '犬'자를 빼버리거나 '大統領'이라는 활자를 통째 만드는 전통이 생겼다.
어제 한국을 찾은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의 별명이 '미친개'이지만, 미국에서는 반드시 욕이라고 보기 힘든 것 같다. 영어 사전에 'Mad dog'을 찾아보면 '광견병에 걸린 개'를 일컫지만, 속어로 '광포한 사람' '미친 것 같은 사람'이라고 나와 있다.
매티스 장관은 직설적인 화법과 저돌적인 행동으로 유명한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이다. 미 해병대가 전장에 선봉으로 파병돼 싸우는 전투조직인 점을 감안하면 '미친개' 별명은 욕이 아니라 오히려 찬사에 가깝다. 터프하고 강인한 미 해병대 이미지와 어울리는 별명이다. 한국 국방부가 매티스 장관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언론에 '미친개'의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니 정말 우스꽝스러운 짓이다.
전 세계에 '미친개'라는 별명을 가진 유명인은 20명이 넘는다. 가장 알려진 인물은 1990년대 미국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였던 그렉 매덕스(Greg Maddux)다. 성(姓)에 '매드'(mad)라는 스펠링이 있는데다 다혈질에 끈질긴 승부욕으로 인해 붙여진 별명이다. 다른 유명인으로 마피아, 스포츠 스타, 정치인 등이 있지만, 모두 과격하고 포악한 성격이다.
그렇지만, 매티스 장관이 군복을 벗고 관료로 변신한 상황에서 '미친개'처럼 행동하면 곤란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미친개'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데, 국방장관까지 똑같이 설치면 전 세계가 힘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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