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력/김병준 지음/지식중심 펴냄
2015년 1월부터 2년 동안 격주로 매일신문에 '김병준의 대담'을 게재했던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참여정부 시절 자신의 국정 경험 기억을 되살려 권력의 속살을 파헤친 책이다.
김 교수는 199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운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소장을 맡으면서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그 후 2002년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 정책자문단장을 맡았고,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과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역임했다. 2006년부턴 대통령정책특별보좌관 겸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을 거쳤다.
참여정부 5년 동안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저자가 대통령의 동지로서, 정책전문가로서, 지식인으로서 느낀 점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는 책 서문에서 "권력은 잿빛이다. 재력, 경영권, 행정권, 가부장권 등 크게 보면 세상의 모든 힘이 그렇다. 겉으로 화려해 보일 수 있으나 그 속살은 잿빛이다. 많은 이들이 이를 좇지만 정작 그 잿빛의 무거움을 보지 못한다"고 포문을 연다.
김 교수는 이어 "권력과 힘은 손잡이 없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쥐는 순간 손을 베이기도 하고, 이리저리 휘두르다 보면 어느새 그 칼은 내 몸속에 들어와 있다. 많은 이들이 그 칼을 탐내지만, 그 양날의 예리함을 알지 못한다"고 권력의 양면성을 경계했다.
'권력과 힘의 이면을 말한다'를 부제로 달고 있는 이 책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출마 선언으로 바쁜 대선주자들이 시간을 쪼개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다.
이제 김 교수는 자연인의 입장에서 권력을 분석하며 권력의 겉과 속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권력을 절대적으로 인식하는 사람이나, 권력에는 절대 가까이 가서는 안 된다는 양극단의 인식 모두 권력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나온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인간 욕망의 정점에 있는 권력이 실제로는 고통과 갈등 속에서 존재하며 결코 이상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책의 행간에는 자신이 정권의 핵심부에서 경험했던 일을 담담하게 펼쳐내고 있다. 권력 옆에서 그 권력의 일부를 행사해 보았고 그로 인해 보람을 느끼기도 했고 큰 고통을 앓기도 했다고 말한다. 기억 속 심연 어디론가 사라져 주기를 바랐던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큰소리로 외치고 싶은, 사람들의 가슴을 파고들었으면 하는 이야기도 있다.
저자는 이 책이 일반 독자들에게도 유효하지만 현재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꼭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권력을 지향하는 사람도 권력의 속성을 알고, 그 이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다 포괄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권력의 본질을 아는 것이야말로 권력 자체의 정당성과 집행의 공정성, 사회적 책임을 담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은 권력의 본모습에 대한 통찰을 통해 대한민국이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선거라는 것이 이기고 지는 것에 매몰되는 전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권력을 쟁취하는 누구든 그들이 이긴 뒤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지 국민에게 먼저 보여주고, 이것을 평가받는 선순환의 권력 경쟁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지도자들의 애국심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 놓는다. "물어야 할 것은 애국심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역사와 현실 그리고 변화에 대한 인식과 판단이다. 독일의 히틀러나 일본의 도조 히데키 같은 전범이 애국심이 부족해 자기 조국을 그 모양으로 만들었겠는가? 잘못된 인식과 판단을 지닌 지도자의 애국심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국가와 국민 모두 위태롭게 만든다"고 적고 있다.
'대통령 권력' 마지막 문단은 "혁명을 꿈꾼다. 대통령을 탄핵하는 정도로 끝낼 일이 아니다. 하급 사무라이가 일본의 메이지유신을 만들었듯 대한민국의 평범한 시민이 모든 것을 바꾸는 날을 꿈꾼다"로 맺고 있다.
한국 사회를 이미 고장 난 자동차로 진단한 그는 지금 구조로는 누가 운전을 해도 망국의 길만 재촉할 뿐이라며 국가 운영 체제의 개편 속에서 민주화, 선진화의 싹을 틔우는 일, 결국은 '평범한 시민'이 그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292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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