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결 사회4차 산업혁명, 선진국은 왜 고립주의 외치나

빅 픽처 2017-4차 산업혁명과 고립주의의 역설/ 김윤이 외 15인 지음/ 생각정원 펴냄

'데이터 연결이 세계를 고립시킨다.'

하버드대 출신 국내 전문가 16명의 올해 전망이다.

지난해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 언급된 '4차 산업혁명'은 기술혁신이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융합시키고, 생산과 소비의 경계를 없애는 차세대 산업혁명이다. 이미 시작된 4차 산업혁명은 블록경제에서 디지털 싱글마켓 논의를 촉발시키는 등 세계를 하나로 묶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영국의 브렉시트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 이른바 민주주의 선진국에서 시작된 정치적 이벤트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바꿀 태세다. 저자들은 두 가지 사건으로 확인된 고립주의, 보호무역주의가 4차 산업혁명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 제조업 분야의 리쇼어링(Reshoring'본국 회귀)이 소득불평등을 심화시켜 정치적으로는 고립주의가, 경제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가 강화한다는 역설이다.

'빅 픽처 2017'은 정부 부처'기업'대학'언론'연구소 등 각 분야 최전선에서 경험한 쟁점과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대안을 내놓은 책이다.

저자들은 AI의 발전이 사회의 지각변동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AI, 사물인터넷(IoT), 의학비서 시스템, 두뇌훈련과 뇌 기반산업, 신소재와 소프트로봇, 휴대용 에너지 저장매체 등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을 알리는 융합기술을 소개하고,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 민주주의 위기, 국제 정치에 비춰본 2017 대선, 난민 문제, 공유경제, 사회성과연계채권(SIB),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기업문화, 영상관광을 통한 지역발전 등 고립주의 하에서 나타나는 사회현상을 짚어본다.

각국은 4차 산업혁명의 태동기를 맞았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으로 4차 산업혁명의 구체적 모델을 보여주고 있고, 미국은 오바마정부 때부터 선진 제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로봇 신전략'과 '과학기술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치고 나간 일본, '중국 제조 2025'와 '인터넷 플러스 정책'으로 선진국을 따라잡겠다는 중국까지. 그 이름이 데이터 혁명이든, 혁신이든 거대한 소용돌이는 이미 시작됐다. 혁신은 보쉬(Bosch), BMW, GE 등 제조업 공장에서 공장 없는 제조업 분야로 확산한다. 오픈소스 하드웨어가 널리 보급되고, IoT 발달로 정보량이 늘면서 반도체 분야의 기술혁신은 주춤하게 된다. 초연결 지능사회에서 노동소득의 몫은 줄어들고 자본소득이 높아져 불평등이 심화한다. 데이터 기반 AI 알고리즘이 의학, 법률 등 분야를 정복하는 날이 다가오면서 인간은 AI 산업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저자들은 스마트 헬스케어, 고강도 신소재, 초소형 고용량 휴대용 배터리. 딥러닝 기반 안보 등 총체적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육체노동과 지식 기반 활동을 대체하는 형태가 3차 산업혁명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AI와 로봇은 새로운 수준의 인지 능력으로 인간의 한계를 시험한다. 저자 김윤이는 학습을 뛰어넘어 감성과 창조의 영역에 침투해 들어온 자동화 기술에 대응해 윤리의식이 강조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고유한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고, 블루오션을 파고드는 지혜와 전략이 인간의 힘이라고 단언한다.

저자들은 급변의 시기에 정부의 큰 역할을 강조한다. 책 후반부는 고립주의라는 과제를 앞둔 우리의 자세에 대해 말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득세와 당선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일자리를 잃은 미국 국민의 선택이었다. 이 책은 세계화의 비용을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수출 주도형으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특성이 있는 우리나라에선 정부가 기술 발전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될 국민에게 버팀목이 돼야 한다는 것.

'배타적 미국'의 희망, 트럼프정부의 출현이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의 '헛발질'이 야기한 브렉시트의 배경엔 분노가 있다. 저자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집단인 저학력'고령자의 불안감과 공포가 대중민주주의의 약점을 극대화했다고 분석한다. 공저자 김대식 (사)열린연구소장은 올해 치러질 대선은 지난해 총선에서 보여준 변화의 가능성이 대외적 상황과 맞물려 어떻게 현실화할지 잣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새 물결이 주도하는 사회에서도 경제활성화와 복지는 빠질 수 없는 이슈다. 만성적인 예산 부족에 시달리는 분야에서 SIB의 도입은 고려해봄 직하다. 민간자본으로 공공사업을 수행해 일반 투자자의 사회공헌도를 높이고 공공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에어비앤비, 우버로 대표되는 공유경제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벽을 알아보고, 문화 콘텐츠를 이용한 지역 관광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경쟁력을 높여보자는 것도 이 책이 제안하는 '그림'이다.

국내외 정치 상황이 위기다. 고립주의로 가는 세계적 흐름에도, 국내에선 초유의 비선 실세 국정 농단이 불러온 대통령 탄핵 사태가 국정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올해 치러질 대선에서 정치 환경의 변화에 맞춰 올바른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자를 선택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성숙은 위기의 극복에서 시작된다.

※리쇼어링(Reshoring)

외국에 나가 있는 자국 기업들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정책. 싼 인건비나 판매시장을 찾아 국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반대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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