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과 사람] '큐피드 아홉 개의 성물' 펴낸 드라마 작가 방지언 씨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는… 난 아웃사이더 기질"

▷ 지은이 방지언은… 서울예술대학 극작과를 졸업했으며, 방송 구성작가, 웹툰 작가, 칼럼니스트 등을 거쳐 현재 드라마 작가로 활동 중이다. 유한한 인간세계와 무한한 환상의 영역을 넘나드는 휴먼 판타지 장르에 관심이 많다. 스토리 작가로 참여한 작품 \
▷ 지은이 방지언은… 서울예술대학 극작과를 졸업했으며, 방송 구성작가, 웹툰 작가, 칼럼니스트 등을 거쳐 현재 드라마 작가로 활동 중이다. 유한한 인간세계와 무한한 환상의 영역을 넘나드는 휴먼 판타지 장르에 관심이 많다. 스토리 작가로 참여한 작품 \'북의\'로 2012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큐피드 아홉 개의 성물/방지언 지음/학이사 펴냄

대구 출신 드라마 작가 방지언 씨가 장편 판타지 소설 '큐피드 아홉 개의 성물'을 펴냈다.

인간 세상으로 유배당한 사랑의 신 '큐피드'가 올림포스로 돌아가기 위해 신의 증거인 아홉 개의 성물(미술품)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사건을 스토리로 꾸민 작품이다. 주인공 '큐피드'는 인간 세상에서 명석한 탐정이자 미술품 도둑으로 살아간다. 설정 자체가 말 그대로 판타지 드라마에 어울릴 것 같은 작품이다.

방지언 작가는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재학 중에 대중가요 작사가로 데뷔했다. 김보경의 '봄처럼', 버블시스터즈의 '겨울이 왔다', V.ONE의 '지구', 더원의 '그곳에 그대가', 드라마 경성스캔들 OST 'Elegy' 등을 썼다.

SM 엔터테인먼트의 작곡과 작사를 전담하는 회사 '엘다이어리' 소속이었는데 EXO의 데뷔앨범을 작업하던 중 드라마 프로덕션과 전속계약하면서 곧바로 작사가의 일을 그만뒀다. 지나고 보니 바로 작사 작업을 그만둔 게 아쉽다고 했다.

"엑소가 워낙 어마어마한 월드스타잖아요. 저작권료가 아주 대박이죠. 하하."

◆학창시절 전교 회장에서 농땡이까지

방 작가는 대구 덕화여중과 남산여고를 졸업했다. 중학교 시절 전교 회장이었고 고등학교 1학년 땐 반장이었다. 말하자면 모범생이었는데, 어느 날부터 학교를 잘 안 나가 부모님의 마음고생이 컸다. 학창시절부터 아웃사이더 기질이라고 할까, 어떤 규정이나 틀에 얽매이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

이번에 발표한 소설 '큐피드…' 역시 현실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현실과 꿈, 사람과 신의 세계를 넘나드는 작품이다.

원래 올림포스의 신이었던 주인공 큐피드는 인간세상에서 천 년 넘게 유배형을 살고 있는 중이다. 사람의 모습으로,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고, 친구와 직장도 있는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는 인간이 아니다. 그는 두 개의 세계, 두 개의 시간, 두 개의 정체성을 갖고 살아간다. 신과 인간 사이의 경계적 존재인 것이다. '사랑의 신' 큐피드로 살던 시절 너무나 많은 '사랑의 화살'을 남발하는 바람에 올림포스 12신의 분노를 사 인간세계로 유배왔다는 설정이다.

◆드라마 작가가 되는 과정과 연봉

방 작가는 26세에 SBS 드라마국 기획팀 기획 작가로 드라마 일을 시작했다. 올해로 10년 차다. 기획 작가로 일을 시작한 이후 대본 자료 조사와 구성을 서브하는 보조 작가로 경력을 쌓았다. 프로덕션과 전속계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대본을 집필한 건 5년쯤 됐다.

드라마 작가 세계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오롯이 걸고 작품 데뷔하는 것을 '입봉'이라고 하는데, 아쉽게도 아직 기회를 갖지는 못했다. 현재는 중국과 공동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집필 중인데 느낌이 좋다고 했다.

작가들의 수입은 얼마나 될까. 방 작가는 "프로덕션 계약금은 철저한 대외비라 우리 작가들끼리도 정확히 모른다. 소문으로만 대충 가늠할 뿐인데, 대략 회당 600만원에서 1억원 사이쯤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깜짝 놀랄 금액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사실 드라마 작가로 자기 작품을 올릴 기회가 드물고, 중견 작가라 하더라도 2, 3년에 한 번 작품을 하는 만큼 일반 직장의 연봉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요. 편성 여부에 따라 수입이 일정하지도 않고요."

◆드라마 작가와 구성작가의 일

대구에도 TV와 라디오 방송국이 여럿 있고, 거기 종사하는 작가들도 많다. 대부분 방송구성작가들이다.

드라마 작가가 TV 드라마 대본(해설, 대사, 지문이 포함된)을 집필한다면, 구성작가는 예능, 교양, 다큐 등 드라마 외의 TV 프로그램 구성안을 쓴다. 방송 프로그램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드라마 작가는 작가 고유의 감성으로 스토리를 '창작'하는 작업을 하다 보니 소설가나 화가처럼 아티스트적인 느낌이 강하고, 구성작가는 막내-서브-메인 등으로 프로그램의 체계적인 구성을 잡는 작업을 하니까, 일반 회사의 기획팀과 비슷한 면이 있다.

방 작가는 드라마 작가나 작사가가 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책 읽기와 글쓰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작사가나 드라마 작가는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책상에만 앉아 있으면 안 되고, 청학동 서당부터 청담동 클럽까지 직접 체험해봐야 합니다. 대중이 뭘 먹고, 뭘 입고, 뭘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고, 적절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으니까요."

◆'나는 규정되지 않는 사람'

방 작가는 자신을 '규정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물 흐르는 듯하다가 역류해버리기도 하고, 판관처럼 엄격하다가도 고향도 나라도 가족도 없는 사람처럼 흥청망청 살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메이저의 천박함을 비웃으면서, 한편으로는 스스로 유명해지지 못해 안달하기도 합니다. 그런 오락가락, 천방지축하는 마음이 제 작품에 그대로 표출돼 있습니다. 지금은 트렌디한 판타지 로맨스를 쓰지만 다음 작품은 숨 막히도록 무거운 정치 스릴러를 쓸지도 모르겠어요. 결말이 뻔한 드라마가 재미없듯, 삶에 있어서도, 작품의 장르에 있어서도 어떤 경향이나 틀에 갇히고 싶지 않아요."

◆실존 인물 모델로 캐릭터 설정

방 작가는 드라마 캐릭터를 설정할 때 일단 특정 배우를 모델로 정하고 시나리오를 쓴다. 드라마 대본은 영상 언어이기에 배우의 말투나 이미지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대사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소설 '큐피드 아홉 개의 성물' 역시 드라마로 제작할 것을 염두에 둔 작품이라 마음에 둔 배우가 있었다. 작가 자신은 물론이고 방송 관계자들도 대번에 남자 주인공으로 배우 박보검을 떠올렸다고 한다.

"완벽하고 재기 발랄한 남신 큐피드와 싱크로율 100%라고 하더군요. 제 의도 그대로 봐 주셔서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방 작가는 앞으로 배우 김우빈, 이종석과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특별한 아우라에 진정성 있는 연기력까지 갖춘 배우라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한다고 했다.

"일단 스타가 되면 인간미를 지켜내기 참 힘든데, 김우빈 씨는 그걸 지켜내고 있어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종석 씨는 제가 초반 스토리 작업에 참여했던 '닥터 이방인'의 주인공을 연기한 인연이 있어요. 여린 듯하면서도 강인한 비주얼부터 발성, 태도까지 제가 하려는 이야기를 완벽히 구현해 낼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는 배우예요."

◆소설, '큐피드 아홉 개의 성물'은?

소설 '큐피드 아홉 개의 성물'은 올림포스에서 신들의 미움을 받아 인간세상으로 유배 온 남자의 이야기다. 앞서 여덟 번 인간 삶을 충실히 살아낸 그는 아홉 번째 삶에서 1986년 대한민국 서울에 완벽한 남자 '현이경'으로 태어난다.

현이경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로마 갤러리' 대표이사이자 '로얄그룹'의 상속자다. 엄청난 미남에 막대한 재력, 빛나는 지성, 심술궂은 장난기와 누구도 넘보기 힘든 매력까지 갖췄다. 무늬만 인간일 뿐, 올림포스 12신조차 무력화시키는 무시무시한 능력도 있다. 말 그대로 여성 독자들, 여성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판타지다.

소설에는 수많은 명화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미스터리하고 흥미진진한 미술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하며 소설 '다비치 코드'처럼 잘 알려진 명화나 미술작가의 실제 사연을 재구성해 이야기를 펼쳐간다.

그리스 로마신화에 바탕을 둔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통해 판타지의 매력에 한껏 빠질 수 있는 작품이다. 432쪽, 1만3천800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