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은 말을 직설적으로 한다. 속내를 숨기지도 않고, 애매한 표현으로 이리저리 돌리지도 않는다.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을 때도 그런 성정(性情)을 잘 보여줬다. 그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지 않았다. "친일 매국 세력의 아버지, 인권을 침해한 독재자에게 고개를 숙일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박정희 시대의 인권침해는 사실이니 그렇다 쳐도 이승만을 '친일 매국 세력의 아버지'라고 규정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친일'로 치자면 북한이 남한보다 더했다. 이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북한의 초대 내각의 면면이다.
김일성과 북한 진주 소련군 지도부는 친일 전력이 있어도 자신들에게 협조하면 기용했다. 내각 서열 2위인 부주석 김영주는 김일성의 동생으로 일본 관동군 헌병의 통역 보조원이었다.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인 강양욱과 사법부장 장헌근은 각각 도의원과 중추원 참의로 있었다. 검찰총장 한낙규는 해방 전 만주에서 검사장을 지냈다. 이활 인민군 초대 공군사령관, 허만국 인민군 9사단장, 강치우 인민군 기술 부사단장은 일본 나고야 항공학교를 나온 '황군'(皇軍) 출신이다.
반면 남한의 초대 내각은 이승만 대통령(상해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 부통령 이시영(임정 재무'법무총장), 국무총리 겸 국방장관 이범석(광복군 참모장), 국회의장 신익희(임정 내무총장), 법무장관 이인(항일 변호사'독립운동가 무료 변론) 등 대부분이 독립운동가 출신이다. 게다가 남한은 5'10 제헌의원 선거를 위한 선거법 제정 과정에서 친일 부역자의 피선거권은 물론 선거권까지 박탈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물론 친일파 처단을 위한 반민특위 활동이 조기에 막을 내린 것은 '친일 매국'이란 공격에 일부 설득력을 부여한다. '남북 분단에 따른 공산주의의 위협'과 '건국에 필요한 행정 실무 인력의 부족'이란 현실적 이유를 감안하면 어쩔 수 없었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반민특위의 조기 해산은 이승만을 친일이란 비판에서 자유롭게 하지 않는다. 그렇다 해도 이승만을 무조건 '친일 매국 세력의 아버지'라고 매도하는 것은 올바른 역사 인식이라 할 수 없다. 공(功)과 과(過)를 함께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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