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도시철도 엑스코선, 다양한 의견 수렴 거쳐 결정해야

권영진 대구시장이 그제 도시철도 엑스코선을 모노레일로 건설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엑스코선은 도시철도 4호선(순환선)과 함께 대구시 중장기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의 하나로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는 사업이다. 권 시장은 연초 신년 기자회견 때 엑스코선 신설 계획을 밝힌 데 이어 경제성이나 대구의 현 도로 여건상 트램 대신 모노레일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이날 처음 공식화했다.

그동안 시는 엑스코선 신설을 계획하면서 트램을 염두에 두고 검토해왔다. 모노레일보다 건설비가 적게 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2개 차로를 차지하는 트램 방식이 대구의 현 도로 여건과 맞지 않고 대중교통망 전체를 다시 손봐야 하는 등 걸림돌이 많아 3호선과 동일한 모노레일로 방향을 튼 것이다. 트램 운영에 필요한 관련 법과 제도의 미비와 시민 공감대 형성도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다.

트램이 보편화된 유럽과 달리 국내에서는 운영 경험이 거의 없는 등 생소하고 그만큼 위험 부담이 뒤따르는 방식인 것은 분명하다. 대전시가 2020년을 목표로 트램 노선을 추진하고 있으나 국내에서 실제 운용 중인 곳은 아직 없다. 오스트리아 빈이나 독일 프라이부르크 등 트램이 보편화된 지역은 도시 인구나 자동차 교통 현황, 환경에 대한 고려 등 여건이 우리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대구시가 모노레일 방식인 3호선과의 일관성 등을 이유로 트램을 아예 배제하는 것도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대구시가 중장기 도시철도망 건설을 어떤 방식으로 결정하든 건설 비용 부담과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구시 재정 형편상 도시철도망 건설의 최우선 과제는 효율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철도망을 단순히 교통수단 확충이라는 차원을 넘어 도시 이미지와 상징성 등 도시 가치나 경쟁력의 극대화 측면의 시각도 필요하다. 따라서 엑스코선 방식을 당장 모노레일로 못박을 게 아니라 전문가 진단과 공청회 등 폭넓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뒤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모노레일과 트램 방식의 장단점 등을 면밀히 분석한 뒤 여론이 모아지면 그때 최종 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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