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체중이라도 대사증후군이 있으면 비만한 사람보다 녹내장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각종 성인병의 주범으로 불리며 세계보건기구(WHO)까지 나서 퇴치 운동을 벌여온 비만이 '녹내장'만큼은 대사증후군보다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최진아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안과 교수팀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시행한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안과학회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안질환 역학조사'에 참여한 40세 이상 8천8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체질량 지수 25㎏/㎡ 미만을 정상군으로, 25㎏/㎡ 이상을 비만군으로 나눠 대사증후군과 녹내장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체질량 지수가 높으면 건강이 더 나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정상군의 녹내장 유병률(4.22%)이 비만군의 녹내장 유병률 (3.25%)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체중은 정상이지만, 고혈압이나 높은 혈중 중성지방을 가진 사람은 녹내장 유병률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안압·나이·고지혈증 약물 사용 등 녹내장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들을 보정해도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다만 연구진은 비만한 사람이 대사증후군에 시달릴 확률(58%)이 정상체중인 사람(23%)보다 높으므로 '비만이 녹내장에 괜찮다'는 식으로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대사증후군은 고혈압·높은 공복혈당·높은 혈중 중성지방·콜레스테롤 등 여러 대사장애 중 3가지 이상을 앓고 있는 경우를 뜻한다.
최진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대사증후군과 녹내장의 관계가 비만 상태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체중이 정상이어도 대사증후군의 위험요소를 가진 사람은 녹내장의 조기 진단과 치료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신생 혈관 녹내장에도 주의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도 이날 발표됐다.
당뇨병 환자는 눈으로 가는 혈관에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하는데 눈 주위에 부족한 혈액공급을 보충하기 위해 새롭게 생긴 혈관을 '신생 혈관'이라고 부른다.
황영훈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교수팀은 2010년 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신생 혈관 녹내장 진단을 받은 환자 533명을 대상으로 원인을 분석해보니 당뇨병에 의한 망막병증이 337명(63%)으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망막정맥폐쇄가 101명(19%)으로 그 뒤를 이었으며, 안구허혈·망막박리·포도막염도 신생 혈관 녹내장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확인됐다.
황영훈 교수는 "서양인의 경우 당뇨병망막병증이 신생 혈관 녹내장 원인에 해당하는 비율은 약 30% 정도지만, 한국인은 이보다 훨씬 높은 약 60%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내 당뇨병 환자는 신생 혈관 녹내장 검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안과병원의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근호에 실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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