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대구문화예술회관 앞. 증강현실(AR) 게임인 '포켓몬고'를 하느라 스마트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다니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초등학생 어린이부터 40대 중년까지 연령도 다양했다. 앞마당에만 대략 200여 명은 돼 보였다. 문예회관 내 커피숍에서도 포켓몬고에 빠진 손님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포켓몬고 게임 시 안전사고에 유의합시다'라고 쓰인 현수막은 이곳이 포켓몬고의 '성지'(聖地)임을 짐작하게 했다. 문예회관 직원은 "요즘 같은 한겨울에 이만큼 많은 시민들이 문예회관에 모인 것은 처음 보는 풍경"이라며 놀라워했다.
◆포켓몬고 열풍, 국산 AR게임 등장
국내 게임업계가 포켓몬고에 발칵 뒤집혔다.
지난달 24일 국내 출시한 포켓몬고의 인기는 설 연휴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6일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이달 5일 전국 안드로이드폰 사용자 2만5천426명을 표본조사한 결과 약 695만 명이 이 기간 포켓몬고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누적 설치자는 851만 명으로 전주보다 93만 명 늘었다.
사용자 한 명이 일주일 동안 포켓몬고를 이용한 평균 시간은 208분으로 전주(171분)보다 37분 늘었다. 일주일에 평균 3시간 30분 동안 이 게임을 하는 셈이다.
포켓몬고는 해외보다 7개월이나 늦은 출시일과 한겨울 추위에도 기대 이상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3일 게임 업계에서는 포켓몬고가 발매 7개월 만에 글로벌 매출 10억달러(약 1조1천465억원)를 달성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세계에서 연매출 기준으로 10억달러를 넘긴 게임은 '몬스터 스트라이크'(13억달러), '클래시 오브 클랜'(12억달러), '클래시 로얄'(11억달러) 등 3개였다.
포켓몬고는 양대 앱 장터인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리니지2: 레볼루션'에 이어 국내 게임 부문 매출 2위를 유지했다.
국내 온라인업계에선 '토종 포켓몬고' 개발을 위한 발 빠른 대응이 나온다.
카카오는 국내 게임 개발사들이 포켓몬고 같은 위치기반(LBS)'증강현실(AR) 게임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자사 지도 도구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위치기반 게임은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들고 실제 지형지물을 찾아다니게 하는 것이 핵심인 만큼 지도 서비스가 꼭 필요하다. 카카오의 게임사업을 총괄하는 남궁훈 부사장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카카오지도(카카오맵)를 써서 개발사가 포켓몬고 같은 위치기반 게임을 더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를 제공한다. 올해 상반기에 라이트 버전(초기 시범판)부터 내놓겠다"고 밝혔다. SDK는 게임 개발에 필요한 소프트웨어(SW) 도구를 모은 패키지다. 국내 개발사가 마음만 먹으면 금세 카카오맵을 토대로 도로 길찾기 게임이나 땅따먹기 게임 등을 만들 수 있게 하겠다는 얘기다.
◆국산 AR게임, 포켓몬고에 도전장
포켓몬고 열풍에 힘입어 국산 증강현실(AR) 게임 3~5종이 올해 잇따라 선보인다. RPG(롤플레잉게임) 일색인 국내 모바일 게임계에 자생적 AR 붐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 게임사인 엠게임은 오는 3월 스마트폰용 위치기반(LBS) AR 게임인 '캐치몬'을 출시한다. 이 게임은 지도를 보며 지형지물에 숨은 괴물(몬스터)을 찾아내 마법 카드에 가두는 것이 골자다. 괴물을 수집하는 것은 포켓몬고와 비슷하지만 이렇게 모은 몬스터 카드로 보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한빛소프트도 이르면 3월 '소울캐처 AR'을 발매한다. 사적지'관광지'지역 축제장 등을 돌아다니며 이순신, 잔다르크, 명성황후 등 역사적 실존 인물을 토대로 '영웅'을 수집하는 작품이다. 수집한 영웅을 육성해 다른 사용자와 대전을 할 수 있으며, 해당 영웅의 일대기를 정리하는 '역사 웹툰'을 제공해 교육적 효과도 노린다는 구상이다.
한빛소프트 관계자는 "포켓몬고가 주로 손님 유입을 노린 카페'레스토랑 등과 마케팅 계약을 맺어 매출을 발생시켰다면, 우리는 명승지의 인지도 제고를 원하는 지방자치단체를 파트너로 발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드래곤플라이는 올 상반기에 '스페셜포스R', 하반기에 '또봇AR'을 출시할 예정으로 전해진다. 스페셜포스R은 드래곤플라이의 대표 슈팅게임인 스페셜포스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작품이다. 또봇AR은 어린이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애니메이션 또봇IP를 기반으로 했다.
국내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켓몬고 열풍은 탄탄한 기술적 완성도와 포켓몬이라는 탁월한 IP가 만나서 얻은 성과"라며 "단순히 AR 게임 형태만 따라 해 인기를 얻기는 어려운 만큼 새 매력 포인트를 얼마나 잘 발굴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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