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주∼영덕 고속도 안전 진단] 낮은 가드레일, 승용차 창문 높이에도 못 미쳐

터널 내 설치된 갓길은 실제로 제 기능을 하기엔 너무 비좁았다. 대형트럭이 터널 내를 달려가는 가운데 육안으로 비교될 만큼 주행차로와 갓길은 폭에서부터 많은 차이가 났다.
터널 내 설치된 갓길은 실제로 제 기능을 하기엔 너무 비좁았다. 대형트럭이 터널 내를 달려가는 가운데 육안으로 비교될 만큼 주행차로와 갓길은 폭에서부터 많은 차이가 났다.
낭떠러지 구간에 설치된 가드레일 높이가 성인 허리와 승용차 창문 밑까지 밖에 오지 않을 정도로 낮아 2차 사고 예방에 취약한 모습이었다. 같은 낭떠러지 구간이라도 2
낭떠러지 구간에 설치된 가드레일 높이가 성인 허리와 승용차 창문 밑까지 밖에 오지 않을 정도로 낮아 2차 사고 예방에 취약한 모습이었다. 같은 낭떠러지 구간이라도 2'3단으로 다르게 설치되는 등 설치규정도 없어 보였다.
교량 위에 설치된 고객대피소는 성인 2, 3명이 들어가면 가득 찰 정도로 협소했다. 대피소 입구는 성인 남성도 힘들게 올라갈 정도로 폭이 좁고 높아서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 약자는 이용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교량 위에 설치된 고객대피소는 성인 2, 3명이 들어가면 가득 찰 정도로 협소했다. 대피소 입구는 성인 남성도 힘들게 올라갈 정도로 폭이 좁고 높아서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 약자는 이용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성급한 개통'(2016년 12월 24일 자 1면 보도 등)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출발한 상주~영덕 고속도로가 개통 한 달 만에 곳곳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문제는 '안전 논란'.

개통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도로 곳곳에서 칠이 벗겨지는 것은 물론 가드레일 하부를 지지하는 콘크리트 곳곳에 사용된 철사와 못 등에서 녹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37곳이나 되는 터널 구간에 대해서는 "미끄럽다"는 민원이 빗발치고, 안전대피소와 갓길은 너무 비좁아 오히려 2차 사고 발생마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고속도로 곳곳이 벗겨지고 녹슬고…부실공사 의혹?

상주~영덕 고속도로는 총길이 107.6㎞로 한국도로공사 산하 단일 지사(청송지사)가 관리하는 최장 구간이다. 왕복 4차로로, 지난 2009년 공사를 시작해 7년 만인 지난해 말 개통됐다. 애초 계획보다 공사기간이 6개월 단축됐으며, 총사업비는 2조7천억원이 투입됐다. 본지 취재팀은 전 구간을 수차례 운행하며, 민원이 자주 제기되는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우선 동안동 IC를 통해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진입 직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유난히 낮은 가드레일이었다. 가드레일 높이가 승용차의 창문 높이에도 미치지 않았다. 버스나 화물차, 대형 트레일러의 경우 앞바퀴 높이밖에 안 됐다.

이런 가드레일이 고속으로 주행하던 차량과의 추돌에서 추가 사고를 막는 기능을 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오히려 가드레일을 뚫고 도로 밖으로 튕겨나갈 정도로 위험스러워 보였다.

가드레일과 함께 하단 부분을 지지하는 콘크리트도 안전해 보이지 않았다. 콘크리트에 쓰인 못이나 철사에서 녹물이 흘러나왔다. 콘크리트 내부 철근 구조가 녹이 슬면 그 부분이 약해져 갈라지거나 떨어져 나갈 수 있다. 결국 콘크리트 자체의 내구성'안전성이 현저하게 떨어져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이상한 점도 눈에 띄었다. 구간별 낭떠러지마다 설치된 가드레일의 구조나 높이가 달랐다. 자칫 차량 추락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구간들을 모두 살펴보았다. 하지만 도로 주변 낭떠러지의 유무나 높이와는 관계없이 어떤 구간에는 가드레일이 2단으로, 다른 구간에는 3단으로 설치돼 있었다. 가드레일 내구성을 높이기 위한 겉면 도장도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돼 있지 않았다. 반면 한국도로공사 소유의 구조물이나 부속물 등에는 2'3단으로 가드레일을 설치해 도로변 가드레일보다 훨씬 튼튼해 보였다.

지난 2010년 인천대교에서 버스가 추락해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피해가 커진 이유에 대해 감사원은 부실한 가드레일이 추락 전에 버스를 잡아주지 못한 탓이라고 밝혀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고속도로 총연장 4천196㎞ 중 60%인 2천529㎞의 가드레일이 기준 미달로 드러났다.

◆운전자의 안전을 책임지는 터널 갓길과 안전대피소가 더 위험해

상주~영덕 고속도로는 다른 고속도로에 비해 유난히 터널과 교량이 많다. 산악이 많은 곳을 가로지르기 때문에 터널이 37곳(34.75㎞), 교량이 115곳(18㎞)으로 전 구간(107.6㎞)의 절반을 차지한다. 일반도로보다 터널'교량은 특히 사고 위험이 높다. 게다가 한 번 발생하면 2'3차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사고 수습에도 일반도로보다 제한이 많다. 이 때문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설계'시공해야 한다.

상주~영덕 고속도로 '안전성 논란'의 중심에는 터널과 교량이 있다. 한 번이라도 이곳을 운행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터널 갓길이 지나치게 좁다고 입을 모은다. 터널 내 차량 고장이나 사고 발생 시 추가 사고를 막으려면 불가피하게 갓길을 이용해야 하는데, 갓길 폭이 너무 좁아 소형차도 겨우 들어갈 정도다. 승용차를 갓길에 세우면 사이드미러가 옆 차로로 튀어나올 정도였고, 화물차량은 옆 차로를 차지해 버렸다.

터널을 통과하는 운전자들의 불만 중 하나는 '미끄럽다'는 지적이다. 보통 터널 내에는 자동차 바퀴에 묻은 물기나 눈 등을 털어내도록 그루빙(grooving: 바닥에 홈을 내는 것) 작업을 하는데, 진행 방향과 같은 세로무늬보다는 가로무늬가 더욱 효과가 있다. 하지만 상주~영덕 고속도로 전 구간에 걸쳐 세로무늬 그루빙이 돼 있었다. 시간'비용 등을 따져 이처럼 만들다 보니 다른 도로보다 미끄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비상시 갓길에 차량을 세워두고 터널 내 대피소로 이동할 때에도 운전자의 안전은 확보되지 않았다. 고속으로 달리는 차량을 피해 2개 차로를 가로질러야 간신히 대피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 넓게 시야가 확보되는 직선형 터널 안에서는 조금 덜 위험하겠지만, 곡선형 터널 내에서는 달리는 차량을 피해 대피소로 이동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게다가 터널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운전자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피로감이 극도로 높아지는 구간이 많은데도 졸음방지를 위한 방송이나 각종 시설물은 극히 일부에만 설치돼 있었다.

교량에서도 운전자의 안전은 뒷전이었다. 교량은 특성상 갓길이 없어 유일하게 운전자가 몸을 피할 수 있는 곳이 고객대피소다. 이곳의 고객대피소는 교량마다 2, 3개 설치돼 있다. 대피소 크기는 성인 2, 3명이 들어가면 꽉 찰 정도로 좁았다. 얇은 철판과 강화 플라스틱을 겹쳐 만들었는데, 대피소가 감당할 수 있는 하중이나 안내문 등은 어디에도 없었다. 무엇보다 고객대피소는 교량 가드레일 밖에 설치돼 있는데, 가드레일을 손으로 짚고 뛰어넘어야만 대피소로 갈 수 있다. 노약자'장애인'어린이의 편의는 안중에도 없었다.

문제가 불거지자 한국도로공사는 대안책을 제시하기는커녕 인사이동과 업무 과중으로 답변이 힘들다는 반응만 보였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도로공사 특성상 사업 중에도 인사이동은 이뤄지고, 공사가 끝나면 사업단이 해체돼 인원들이 다른 부서나 신규 사업에 투입돼 흩어진다"며 "최근 업무를 맡은 담당자들은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이전 업무담당자들도 일이 많아서 답변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상주∼영덕 고속도로' 관련 한국도로공사의 알림

본지는 지난 7일과 9일 기사와 사설을 통해, 지난해 12월 개통한 상주~영덕 고속도로의 가드레일과 갓길 등의 문제점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 도로공사는 ▷가드레일 높이, 터널 갓길 폭, 터널 대피소는 국토교통부의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 및 '도로의 구조·시설기준에 관한 규칙'에 부합하게 설치되었고 ▷가드레일 하단 부분 연속구조물 콘크리트 내부에는 철근이 사용되지 않으므로 녹 발생으로 인한 안전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교량 고객대피소 면적은 한국도로공사의 '교량대피공간 적용지침'에 맞게 설치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본지 보도와 관련 한국도로공사는, 상주~영덕 고속도로의 안전 확보에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개선할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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