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원 김재형(49) 씨는 지난해 여름 친구로부터 대형 증권회사 출신 유명 펀드매니저가 투자자금을 모집하고 있으니 함께 참여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투자설명회에서 펀드매니저는 화폐 간 환율 차이를 이용하거나 금융(Finance)과 정보통신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핀테크(FinTech)를 기반으로 가상 통화를 발행해 수익을 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 씨는 원금은 무조건 돌려주고 투자기간 동안 매월 10% 내외를 이자로 얹어준다는 설명에 솔깃해 2천만원을 투자했다. 4개월 동안 고수익을 챙긴 김 씨는 지난해 말 미국 환경당국의 허가를 받은 뉴욕의 폐유 재가공업체에 투자하면 6개월에 400%의 확정수익을 약속한다는 펀드매니저의 말을 믿고 2천만원을 추가로 더 투자했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지난달부터 이자 송금은커녕 해당 업체와 연락도 닿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재숙(53) 씨는 지난해 가을 고수익형 주식 추천을 주업으로 하는 금융기관 홈페이지의 광고를 통해 알게 된 건조식품 가공업체 주식 3천만원어치를 구입했다. 해당 업체가 상장될 경우 일확천금을 거머쥘 수 있다는 업체 대표의 설명에 투자를 결심했다. 특히 이 씨는 투자한 회사가 사업과 관련한 특허를 5개나 보유하고 있는데다 레저부터 군용까지 건조밥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는 홍보자료를 믿고 동생까지 투자에 끌어들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해당 업체의 상장은 이뤄지지 않았고 장외에서 거래한 주식이라 매각도 쉽지 않아 이 씨는 속을 끓이고 있다.
두 사람처럼 유사수신업체의 사기에 피해를 입는 서민들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1332)에 접수된 유사수신 신고건수는 514건으로 전년(253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표)
경기불황으로 인한 저금리와 저성장 상황에서 재산증식을 소망하는 서민들의 바람을 악용하는 유사수신업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 당국이 유사수신 혐의로 사정기관에 수사를 요청한 사례는 모두 151건으로 2015년보다 37.3% 늘었다. 유사수신 혐의 업체는 서울(160개), 경기(19개), 인천(7개) 등 주로 수도권(186개, 전국의 71.3%)에서 서민들의 주머니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대구에서 적발된 유사수신업체는 두 곳이다.
유사수신업체는 금융 관계법령에 의한 인가 또는 허가를 받거나 등록 및 신고 등을 하지 않고 불특정다수에게 고수익을 약속하며 투자금을 모으는 업체다. 현재 국내에선 미등록 금융업체가 어떤 식으로든 원금을 보장하거나 확정수익률을 제시하면서 돈을 끌어모을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심지어 유사수신업체가 투자자를 현혹하지 못하도록 상호에 '파이낸스' '캐피탈' '신용' '크레디트' '인베스트먼트' '펀드' '팩토링' '선물' 등 금융업 유사 표현도 하지 못하게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특히 유사수신업체에 지급한 투자금은 예금자보호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 관련 법률에 의한 구제를 받을 수 없다.
◆사실상 수익모델이 없음에도 첨단투자 기법 사칭
유사수신업체들은 사실상 수익모델이 없음에도 고수익을 노리는 사람들의 욕심을 악용해 시중보다 높은 수익을 약속하면서 투자금을 모집한다. 비상장 주식투자, FX마진거래, 가상화폐, 크라우드펀딩 등 첨단 금융기법을 사칭해 정상적인 금융기관인 것처럼 가장하는 교묘한 방법으로 투자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최근엔 쇼핑몰, 상품권 판매, 커피사업, 해외여행, 특수작물 재배 사업 등을 내세우며 투자자들을 모으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지난해 유사수신업체들은 FX마진거래, 핀테크 등 최신 금융기법을 사칭하는 수법을 가장 많이 사용했다. 소비자에게 다소 생소한 금융기법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는다고 선전하면서 투자를 유인한다.
금융 당국은 은행이나 저축은행의 예'적금 금리 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고수익과 원금을 보장해 주겠다고 약정하는 경우에는 금융사기를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특히, 모든 금융투자는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에서 제도권 금융회사를 조회한 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비트코인과 유사한 가상화폐를 사칭하는 수법도 빈발하고 있다. 코인의 수량이 한정돼 희소성으로 인해 가격이 계속 상승해 엄청난 수익을 거둘 것이라고 투자자를 현혹하고 있다.
또 비상장주식 거래를 통해 고수익을 약속하며 투자를 유인하는 방법도 동원되고 있다.
주식시장 상장이 불가능한 업체를 곧 상장될 것처럼 속여 상장 시 주식가치가 폭등할 수 있으니 비상장 주식을 매입하라고 투자자를 모은다. 투자금액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주식가격이 너무 올라 액면분할을 한다고 하면서 투자자에게 재투자를 요구하기도 한다.
글로벌 기업이라고 홍보하면서 투자를 유인하는 방식도 여전하다. 현지에서 투자 원리금을 보증하는 합법적인 투자사업으로 호도하거나 관련법상 인허가를 받은 것처럼 위장하기도 한다. 금융감독원은 글로벌 기업인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관련 법령의 준수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검증되지 않은 신(新)기술을 확보한 업체인 양 투자자를 속이는 사례도 있다. 실체가 불분명한 신기술 개발을 주장하거나 관련 특허 취득 등을 홍보하면서 자금을 모집한다. 신기술 개발 관련 증거 사진을 제시하거나 유명인을 광고모델로 동원하더라도 무작정 투자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와 함께 쇼핑몰 운영, 상품권 판매, 특수작물 관련, 커피 사업 등을 통해 고수익을 보장한다면서 투자를 유도하기도 한다. 인터넷'모바일을 활용한 상품권 판매, 쇼핑몰 등 사업체 운영으로 고수익을 약정하는 경우에는 사업 실체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대부분 금전 다단계 또는 사기조직일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 상식(시세) 이상의 고수익 보장 약속은 금융사기로 의심해야
금융당국은 내세울 만한 수익모델이 없음에도 높은 수익과 원금을 보장한다고 하면서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업체는 유사수신업체일 가능성이 높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김상록 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단 팀장은 "재무전문가, 보험업계 종사자, 금융업 종사자의 말을 의심 없이 따를 경우 금융사기 피해를 당할 수 있다"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에 사실 여부를 확인한 후 투자를 결정해야 후환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사수신업체는 대부분 신규 투자자금을 기존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소위 '돌려막기'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투자기간 초기 약속한 수익금이 자신의 계좌로 입금된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약속한 이자수익을 챙긴 투자자를 상대로 추가 투자를 요구한 후 자취를 감추는 수법이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 관련 정보가 부족한 서민들을 속이기 위해 FX마진거래 등 첨단금융기법이나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마치 큰 수익을 올리는 것처럼 가장하는 유사수신업체들이 많다. 당국으로부터 정식으로 인가받은 금융회사는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하면서 자금을 모집하거나 투자를 권유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정규 금융기관 직원들은 고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금융상품을 보다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한다"며 "불필요한 전문용어를 과도하게 사용하며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는 직원과 업체는 일단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금융감독원은 투자대상 회사가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여부를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에서 확인할 것을 권했다. 또 유사수신 행위에 대한 문의 사항이나 피해를 입은 경우 즉시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1332)에 제보하거나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부탁했다. 현재 불법사금융신고자에 대해서는 포상금이 지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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