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39) 씨는 이따금 심한 복통에 시달렸다. 아랫배가 아프기 시작하면 하루종일 화장실을 들락거렸고, 숟가락 들기도 싫을 정도로 식욕을 잃었다. 별다른 이유없이 체중이 3㎏ 빠진 A씨는 참다못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A씨의 대장은 염증이 심한 상태였고, '장결핵'이 원인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A씨는 14개월 가까이 결핵 치료를 받은 끝에 복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결핵'이라면 흔히 '폐결핵'을 떠올린다. 그러나 결핵균은 인체 어느 곳이든 침범해 병을 일으킬 수 있다. 결핵균은 폐 이외에도 흉막과 림프절, 복부, 관절, 중추신경계, 비뇨생식기까지 파고든다. 특히 소장이나 대장 등 소화기관이 결핵균에 감염되면 만성염증을 일으키고, 복통과 설사, 체중 감소 등의 원인이 된다.
◆결핵균, 혈액 타고 돌다 장에 침범
결핵균이 장에 감염을 일으키는 경로는 확실하진 않다. 먼저 폐결핵 환자가 결핵균이 들어 있는 가래를 삼키는 경우 장에 결핵균이 도달해 감염을 일으킨다. 다른 장기에 침범한 결핵균이 혈액을 타고 돌다가 장에 도달해 감염을 일으키거나 장과 가까운 장기에 있던 결핵균이 장에 직접 침투하는 경우도 있다. 이 밖에 결핵균에 오염된 우유나 음식을 섭취했다가 장결핵에 걸리기도 한다.
장결핵은 주로 20~50대 청장년층에게 발생한다. 주로 복통이나 설사,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특징이다. 미열이 있거나 밤에 식은땀이 나고 무기력한 느낌을 받는다. 밥맛이 떨어지고 드물게는 혈변이나 변비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장결핵 환자는 폐결핵이나 결핵성 복막염, 림프절염 등을 함께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결핵을 치료한 경험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도 있다. 특히 장결핵 환자 중 27%는 결핵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없어 진단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우연히 발견되는 경향이 있다.
◆2, 3개월 후 호전 안 되면 크론병 의심
장결핵 의심 증상을 보일 경우 대장내시경 검사와 조직검사, 혈액검사, X-선 검사 등을 바탕으로 진단한다. 조직 검사에서 결핵균이 보이거나 건락괴사 육아종(치즈처럼 결절이 뭉쳐 죽은 것)이 나타나는 경우, 조직을 배양했을 때 결핵균이 자라는 경우에 장결핵을 확진한다. 그러나 장결핵은 이 같은 증상이나 징후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흔해 진단이 쉽지 않다. 특히 장결핵은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과 조직검사 결과가 비슷해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장결핵만의 특징을 감별하려면 대장내시경 검사가 필수적이다. 장결핵은 폐결핵과 같이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흉부 X-선 검사도 해야한다. 대장'소장 조영술과 복부 CT 등도 장결핵 감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장결핵이 발견되면 항결핵 약물을 6개월 이상 복용해야 한다. 장폐쇄와 장허혈, 천공, 대량출혈, 복막염 등의 증상을 동반할 때는 수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다. 항결핵제를 복용한 후 2, 3개월 후에는 대장내시경 검사로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장결핵 치료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면 크론병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재검사를 하는 것이 낫다. 장결핵과 유사한 질환으로는 크론병과 베체트 장염, 아메바 장염, 대장T세포 림프종, 대장암 등이 있다.
정덕원 곽병원 3내과 과장은 "소장이나 대장에서 궤양성 병변이 발견되면 장결핵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조기에 발견하면 합병증이 나타날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정덕원 곽병원 3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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