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쇠락한 TK 인맥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국무총리 등 삼부 요인을 모두 배출한 고교는? 경북고, 경기고, 경남고 세 학교뿐이다. 경기고 출신으로 최규하 전 대통령이 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고로 인한 권한대행 성격이어서 의미가 반감된다. 경남고는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대선후보 여론조사 1위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졸업한 명문이다.

경북고는 명실상부한 전국 최고의 인재 양성소였다. 출세한 인물의 숫자로는 경기고에 비해 뒤지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훨씬 앞선다는 평가였다. 1970, 80년대는 그야말로 경북고 출신의 황금시대였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 시절, 경북고 출신이 권력의 구석구석에 자리 잡고 한국을 경영한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동창끼리 주고받으며 독주하다 보니 숱한 비판과 견제를 받았고,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뿌리가 뽑혔다'고 할 만큼 몰락했다.

사실 서울은 지역'학교 간의 각축장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치열하다.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관례가 일상화된 곳이다. 그래서 '출세하려면 인맥을 잡아라'는 말이 나왔다. 성공을 꿈꾸는 이들이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유다.

현 정권에서는 대구고 인맥의 전성시대였다. 정권 실세였던 최경환 의원의 영향이 큰 듯하다. 임환수 국세청장, 이순진 합참의장, 박성재 서울고검장,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본부장,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 최재경 전 민정수석이 대구고 출신이다. 금융계에는 대구고와 대륜고 출신이 강세다.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하는 정권인 만큼 지역 출신이 성공하는 사례가 꽤 있었다. 그런 만큼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거나 이런저런 구설에 오른 지역 출신이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계성고),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본부장(계성고),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남산여고), 류철균(필명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대구고),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대륜고),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진량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영주고), 이경재 최순실 변호인(경북사대부고) 등이다.

정권이 바뀌면 대구경북 출신 인사들은 '씨가 마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기 사람을 선호하는 정권 특성상 지역 출신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적폐가 청산됐다고 좋아해야 할 일인지, 지역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 뻔하기에 울어야 할 일인지, 좀 헷갈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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