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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향 유럽 순회공연 성공비결 '콘서트하우스'

변형 슈박스 형태, 풍부한 음향…관객-연주자 거리 좁아 생동감 커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무대와 관람석. 매일신문 DB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무대와 관람석. 매일신문 DB

지난해 가을,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은 독일 베를린, 체코 프라하, 오스트리아 빈 등 유럽 3개국 순회 연주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대구시향의 공연은 제대로 된 연습실조차 없는 외국 공연장에서, 그마저도 빠듯한 순회 일정에 쫓기면서도 매 공연에서 찬사와 기립박수를 받았다. 뛰어난 음향을 자랑하며 세계 최고의 연주홀로 꼽히는 빈 뮤직페라인 골든홀에서의 마지막 공연은 화려하고 풍부한 음색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연주홀과 오케스트라가 빚어낸 앙상블에 매료된 빈 시립음대 볼프강 립하르트 교수는 극찬을 쏟아냈다. 대구시향 관계자는 "대구콘서트하우스의 음향이나 각종 지원시설은 외국 여느 유명한 공연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면서 "대구콘서트하우스 재개관 이후 단원들은 최고 수준의 연주홀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덕분에 세계무대에서도 주눅이 들지 않고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오래 전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에서도 주눅 들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대구시향이 훌륭한 시설을 갖춘 대구콘서트하우스 재개관 이후 '멋진 공연장'의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는 말이다.

대구콘서트하우스(관장 이형근)가 건축음향전문가가 꼽은 '세계의 공연장 80선'에 포함됐다는 흥미로운 책이 출간됐다. 국내 주요 공연시설 4곳 등 20곳 이상의 건축물을 컨설팅한 김남돈 건축문화연구소 대표는 5년간 전 세계 오페라하우스와 콘서트홀을 둘러보고 '좋은 공연장' 80곳을 추천했다.

콘서트홀 52곳 중에는 예술의전당 음악당(서울),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경기)과 대구콘서트하우스가 포함돼 로열 콘세르트 허바우(네덜란드), 베를린 필하모니(독일), 로열 앨버트홀(영국), 산토리홀(일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오페라하우스 28곳 가운데는 유니버설아트센터'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서울), 고양아람누리 오페라극장(경기)과 계명아트센터(대구)가 이름을 올렸다.

잘 만든 콘서트홀은 '제2의 악기'라는 말이 있다. 클래식 전용 연주홀은 마이크를 쓰지 않고 연주자가 내는 울림을 그대로 감상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무대 위에서 내는 소리가 홀 내부로 풍성하게 퍼지면서도 객석 구석구석 또렷하게 전달되는 것이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작은 소음과 적당한 잔향이 공연장의 음질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풍부한 공간감으로 좋은 연주홀을 논하기도 한다. 공연장 형태와 음질의 관계는 전문가 사이에 의견이 갈린다. 부채꼴형과 빈야드형에서도 반사판을 설치해 반사음을 조절할 수 있다고 하는 의견과 직사각형 형태의 슈박스홀에서 반사음이 풍부해 음향적으로 좋다는 의견으로 나뉜다. 세계 최고 연주홀로 꼽히는 암스테르담 로열 콘세르트 허바우, 빈 무지크페라인잘, 보스턴 심포니홀도 슈박스 형태다.

대구콘서트하우스는 변형된 슈박스 형태로 만들어졌다. 특히 관객과 연주자의 거리를 좁혀 시각적'청각적 생동감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남돈 대표는 "공연장 내부도 빛의 방향성과 속도감을 연속적인 패턴으로 표현해 경쾌하고 통일된 이미지를 만들었고, 자재와 벽체 형상에서도 차별성을 둬 최적의 공연환경을 조성했다"면서 "대구콘서트하우스는 최고의 음향시설을 갖춘 국제적 수준의 전문 콘서트홀로서 지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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