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 젖소 농장의 집유차가 마지막으로 상주를 거친 시점이 보은에서 구제역이 확진된 지난 5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경북 북부에서는 구제역 공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미 2010년 11월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 파동으로 6개월 만에 소'돼지 348만 마리를 살처분한 적이 있어서다. 당시 구제역은 의성까지 휩쓸며 경북 북부의 소'돼지 사육 농가는 물론 살처분에 동원된 공무원에게도 큰 상흔을 남겼다. 이런 뼈아픈 기억 탓에 백신 접종 등 경북의 구제역 준비 태세에 문제는 없는지 의구심을 가진 눈초리도 있다.
◆구제역 트라우마에 초강수 꺼내 든 안동
안동시는 구제역 예방을 위해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예방 점검에서 구제역 항체 형성률이 낮거나 앞으로 확진 판결을 받는 농가에 과태료는 물론 보조사업 지원도 끊겠다는 것이다.
'역대 최악 구제역 발생지'라는 오명을 가진 안동은 8일 6개 젖소 농가와 2015년 구제역이 발생한 2개 돼지 농가를 대상으로 표본 혈청검사(항체 형성검사)를 실시토록 동물위생시험소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북부사무소에 협조 요청했다. 특히 기존 농가별 1마리만 시행하던 표본검사의 편차를 줄이고자 사육두수 2~20% 수준으로 표본 비율을 높였다. 지난 5일에는 축산 농가 일제 예방 접종과 소독, 차단 방역 등 조치를 했다. 아울러 지난해 기준 항체 형성률이 낮거나 백신 구매량이 적은 농가를 대상으로 추가 혈청검사를 시행해 기준 미달이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무항체 우제류(발굽이 짝수인 동물) 선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동수 안동시 축산진흥과장은 "일부 농장주의 도덕적 해이가 선량한 사람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만큼 확실한 페널티를 줄 예정"이라며 "표본을 벗어난 우제류가 발생해 구제역이 번지지 않도록 이중'삼중의 예방 방역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현행 구제역 관련 과태료는 항체 형성률이 소는 80%, 번식돈'염소 60%, 비육돈 30% 미만이면 1회 200만원, 2회 400만원, 3회 1천만원이 부과된다.
◆현장에서 백신 접종 제대로 하기 어려워
상주시는 8일 "충북 보은은 소 항체 형성률이 20% 수준이지만 상주는 한우 99%, 돼지 73% 이상 높은 항체 형성률을 보여 추가 확산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과 바로 맞닿은 상주에서는 축산 농장마다 문이 굳게 닫혀 있는 등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보은의 구제역 발생 젖소 농장에 드나들었던 집유차가 상주의 농장 8곳이나 출입한데다, 현장에서 원칙대로 백신 접종을 시행하기는 사실상 쉽잖다는 이유다.
상주 이안면에서 한우를 키우는 박모(62) 씨는 "모두 백신 접종은 한다. 그러나 문제는 동시에 하는 게 아니라 개체마다 접종 일자가 다르다 보니 관리가 어렵다. 일부 소는 주사를 놓을 때 날뛰기도 하는데 이러면 백신 정량이 주입되기 어렵다. 백신 접종의 기술적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상주 계산동에서 돼지를 사육하는 최모(51) 씨는 "돼지는 피하지방이 두꺼워 주삿바늘이 종종 부러지는데, 정량 주입에 의문이 든다. 소보다 항체율이 떨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니냐?"라고 되물었다.
심지어 일부 농가에서는 백신 접종을 하면 우유 생산량 감소나 유산, 스트레스, 염증 발생 등을 우려해 접종을 꺼리는 사례도 더러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항체 형성률 표본은 고작 0.7%…검사 표본 더 늘려야
이런 이유로 항체 형성률 검사 표본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매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예산 규모, 인력 등을 고려해 검사 규모를 배정하면 이를 바탕으로 항체 형성률을 검사한다.
지난해 경북의 소 평균 항체 형성률은 96.2%였다. 하지만 이는 소 4천994마리를 대상으로 항체 형성 여부를 검사한 수치로, 도내 전체 소 69만6천563마리의 약 0.71%밖에 안 된다.
표본 자체가 적어 실제와 차이를 보일 여지가 크다. 실제로 전북의 한우 구제역 항체 형성률은 96.5%로 전국 평균보다 높지만, 구제역이 발병한 정읍 한우 사육 농가의 실제 항체 형성률은 5%였다.
한 축산 관계자는 "유독 정읍의 농가에서만 낮게 나온 것은 백신을 투약하지 않았거나 검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항체 형성률 검사 표본 수를 늘리고, 분기나 반기별 검사를 해 과태료 부과제도가 실효성 있게 운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소 50마리 미만 사육 농가에는 백신을 무상 지원해주고, 공수의사가 직접 접종해준다. 50마리 미만 사육 농가가 전체 소 사육 농가의 80%를 차지해 실제 항체 형성률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도축장에 출하하는 소를 우선 검사해 항체가 없으면 해당 농장 소를 다시 검사하고, 과거 구제역 발병 농장을 집중적으로 감시해 표본이 적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돼지는 농장에서 대규모로 사육하는 경우가 많고 소보다 상대적으로 농가 수가 적어 전체 농가가 검사 대상에 들어갔다. 표본 마릿수(2만5천727마리)로는 전체 사육 규모(141만8천708마리)의 약 1.8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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