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문시장 화재 때 불 탄 돈 교환, 희비 엇갈린 두 상인

까맣게 불타도 홀로그램 남아 교환 받아-지폐에 숫자 보여도 완전 연소 감정 불가

"새까맣게 타버린 돈은 교환되고, 숫자까지 보이는 돈은 안 된다니…."

화마에 새하얀 재가 되어버린 돈뭉치(본지 2016년 12월 12일 자 2면 보도)를 돌려받은 A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지난해 서문시장 화재에 따른 소손권(燒損券)을 교환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소손권은 지폐의 일부 또는 전부가 불에 탔거나 오염, 훼손 또는 기타 사유로 심하게 손상된 은행권을 가리킨다.

A씨는 지난해 12월 8일 안전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는 각서를 쓰고 화재 피해를 입은 자신의 점포에 들어가 800만원 상당의 불탄 돈을 챙겨 나왔다. 먼저 찾아간 한국은행에서는 교환이 어렵다고 했지만 한국조폐공사에 감정을 의뢰하는 등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돈뭉치에 '50000'이라는 숫자가 남아 있었고 지폐의 색도 일부 보였기에 정밀감정한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 3일 A씨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돈 대신 '감정이 불가할 만큼 훼손돼 교환해 줄 수 없다'는 한국조폐공사의 결과서만 받았다. A씨는 "아예 돈을 못 찾은 것도 아니고 손에 든 채로 잿더미가 돼버리니 더 안타깝다. 눈물이 날 지경"이라고 했다.

반면 점포 금고에서 새까맣게 타버린 돈을 찾은 B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A씨와 마찬가지로 한국조폐공사에 소손권 감정을 의뢰한 결과 약 157만원에 대해 전액 교환 결정이 내려져서다.

이들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엄격한 기준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손권 감정은 띠형 홀로그램과 은색 선, 요판 인쇄 상태 등을 육안'정밀기기로 확인한다. B씨와 달리 A씨가 가져온 돈뭉치의 경우 완전히 연소돼 진위 여부'수량 파악 감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한국은행 측의 설명이다. 지폐의 색이나 숫자 일부가 남아 있더라도 홀로그램 등이 없으면 위조지폐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자칫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다.

한국은행 대구본부 관계자는 "종이가 아닌 면 섬유로 만들어진 지폐는 새하얗게 탄 것이 까만 것보다 훨씬 고열에 노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B씨는 돈을 금고에 보관한 덕분에 지폐가 덜 훼손됐다"며 "A씨는 화재로 피해를 본 경우여서 위조지폐 가능성이 거의 없으나 규정에 예외를 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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