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김모(19) 양은 최근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원하던 대학에 불합격한 탓에 재수를 할지 공무원시험을 준비할지 고민스러워서다. 김 양은 "공무원시험 문제 유형이 수능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예 진학 대신 공무원시험을 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입시 재수 대신 공무원시험 준비를 선택하려는 수험생이 늘고 있다. 재수학원은 예년보다 등록자가 준 반면 공무원학원이나 경찰학원은 고교 졸업예정자들이 몰린다. 이는 학생 수의 자연감소와 함께 대학들이 상대적으로 재학생에게 유리한 수시모집 인원을 늘린 것이 주 원인이지만 공무원'경찰공무원 등으로 진로를 변경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교육열이 남다른 대구에서도 재수학원에 등록한 학생 규모는 지난해보다 10% 이상 감소했다. 송원학원 한 관계자는 "대구는 그나마 재수생 감소가 적은 편이고, 타 지역의 경우 적게는 20%, 많게는 절반까지 학생 수가 줄어든 곳도 있다"며 "공무원시험에 합격한 다음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실제 공무원학원이나 경찰공무원학원에는 졸업예정자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대구 한 공무원학원에는 수강생 10명 중 1명이 그렇다. 졸업예정자 학부모들이 시험에 관한 정보나 수강 문의를 위해 전화 상담을 하거나 직접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경찰공무원을 준비하는 조모(19) 양은 "법 관련 시험과목이 상당히 어렵다 보니 남들보다 빨리 시작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학원 수업이 오전부터 잡혀 있어서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는 인터넷강의를 짬짬이 들었고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경찰학원 수업을 듣고 있다"고 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직 9급 공채 시험 지원자 중 18, 19세는 총 1천955명으로 2015년(1천387명)보다 40%나 급증했다. 경찰학원 관계자는 "경찰공무원 시험 응시생의 5% 안팎이 고등학생"이라며 "대학 진학이 취업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확산되면서 고교 시절부터 안정적인 직업을 준비하려는 경향이 자리 잡은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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