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취소 1심 판결] 국민소송단 "안전성 미흡 드러내" 원안위 "가동하면서 항소"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원자력발전소인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원자력발전소인 '월성1호기'에 대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수명연장 결정은 위법하다며 취소하라는 판결이 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운영변경 허가처분 무효확인 국민소송대리인단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연합뉴스

서울행정법원이 7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월성원전1호기 수명 연장 결정을 취소하라는 판결(본지 8일 자 1면 보도)을 내리면서 앞으로 국내 원전 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앞으로 10년 내 재가동 승인을 받아야 하는 국내 원전 6곳과 원전 폐로 산업을 준비 중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한수원은 경제성과 안전성을 들며 원전 수명 연장을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소송원고단은 '법원 판결은 곧 안전성 미흡'임을 강조하며 폐쇄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기존 원전 재가동 승인이 이뤄지지 않으면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그러나 원전 확대 정책을 반대하는 야당이 다가오는 대선에서 승리하게 되면 국내 원전들의 수명 연장 논의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월성1호기의 운명은

법원 판결에 따라 월성1호기가 최종 영구정지로 결정되면 고리1호기에 이어 국내 두 번째 영구정지 원전이 된다. 법원은 행정절차상 문제와 기술적 문제를 이유로 수명 연장을 반대한 측의 손을 들어줬다. 원자력안전법령이 요구하는 첫 원전 허가와 수명 연장 때 허가사항을 비교하는 서류가 제출되지 않았고, 허가사항을 원안위 과장이 전결로 처리하면서 적절한 심의'의결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절차상 문제점으로 들었다. 이 부분은 원안위가 추후 보완해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항소심 결과 예측을 어렵게 한다.

하지만 안전 등 기술적 문제를 지적한 부분은 취소 판결을 그대로 굳힐 수 있다. 재판부는 월성2호기에 적용된 캐나다의 최신 안전기술이 1호기에는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수명 연장 취소를 결정하면서 안전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번 판결은 월성1호기 재가동 승인 과정에서 제기된 의문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설계수명 30년인 월성1호기 재가동 여부가 검토되는 시기인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면서 2012년 11월 설계수명 만료로 정지가 결정됐다. 2014년 10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재가동에 문제없다는 심사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재가동 논란이 재점화됐고, 2015년 2월 27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논쟁 끝에 재가동이 승인됐다.

당시 김무환 KINS 원장은 "원전사고를 대비한 각종 안전검사를 실시한 결과 월성1호기 재가동이 타당하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간검증단은 보고서가 안전성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며 반대입장을 취했다.

원안위는 일단 이번 판결에 대한 항소와 더불어 월성1호기 계속 가동을 밝혔다. 법적으로도 항소심 결정이 나올 때까지 계속 가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동하면서 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국민소송원고단은 운영정지 가처분신청과 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월성1호기를 멈출 계획이다. 탈핵단체인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은 서울행정법원에 '월성1호기 운영변경허가처분 효력(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고 8일 밝혔다.

경주환경운동연합 이상홍 사무국장은 "안전성을 지적한 재판부의 판단을 보더라도 원안위의 소송은 쓸모없는 소모전일 뿐이다. 하루빨리 영구 가동중단 수순을 밟고 폐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한수원은 월성1호기 판결 후속 대책과 관련해 규제기관이자 소송 당사자인 원안위 방침에 따른다는 입장이다.

한편 월성1호기 설비용량은 67만9천㎾로, 국내 대부분의 원전 100만㎾급 경수로보다 규모가 작아 중단해도 전력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경주 시민단체 반발 등 각계의 반응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에너지정의행동'더불어민주당 경주시당 등은 8일 원안위가 재판부의 판결을 겸허하게 수용해 항소를 포기하고 월성1호기 가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지난해 9월 발생한 지진 이후 원전 안전을 걱정하는 경주시민들을 위해서라도 신속한 폐쇄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주환경운동연합도 이날 경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년 4개월 동안 12차례 재판, 현장검증 등에서 월성1호기 수명 연장 허가가 부당함을 확인했다"며"노후원전 수명 연장 취소 판결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원안위는 이를 계기로 원전 안전과 관련된 전반적인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전(前) 원안위 위원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법원이 월성1호기의 안전성 문제를 정확히 짚었다. 원전을 만든 캐나다에서 안전기준을 강화했는데, 월성1호기가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위법이다"며 "연료 교체 시 원전을 폐쇄하기 위한 수문을 월성1호기가 갖추지 않았는데도 수명 연장 의결을 그대로 진행해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이어 "원안위는 대법까지 소송을 끌고 가겠지만 정권이 바뀐다면 중도에 항소를 포기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방사능 물질 제거에 나섰던 미국 업체인 에너지솔루션사의 마크 워커 홍보 담당은 "한국은 영구정지 원전에 대한 대비가 없다는 점에서 이와 관련한 후속조치가 걱정스럽다"며 "절차도 많고 소송도 많은 원전산업을 너무 만만하게 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월성1호기 안전점검에 직접 참여한 캐나다 중수로 발전업체 캔두(Candu) 제리 홉우드 부사장은 "월성1호기 압력관(경수로의 경우, 원자로에 해당함) 교체가 성공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수명 연장이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월성1호기 설비개선을 했던 많은 동료들의 공통된 평가가 '안전성에 충분히 대비했다'고 나왔다"며 "캐나다도 계속운전에 무게를 두고 원전정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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