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절도범 잡아라" 새벽에 추격전 벌인 '배달의 기수들'

가게 오토바이 없어지자 배달대행 직원에 도움 요청, 낯익은 오토바이 포위 작전

권순우(왼쪽 두 번째) 사장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도둑맞은 오토바이를 찾아준 배달 대행업체 직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권순우(왼쪽 두 번째) 사장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도둑맞은 오토바이를 찾아준 배달 대행업체 직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오토바이를 도난당한 이웃 가게의 딱한 사정을 듣고 출동, 직접 절도범을 붙잡아 경찰에 인계까지 한 '용감한 배달의 기수'들이 있어 화제다.

대구 동구 서호동에서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권순우(56) 씨는 지난 6일 오전 10시쯤 가게 앞에 세워뒀던 배달용 오토바이가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권 씨는 주변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용의자의 얼굴과 행적을 확인해 경찰에 알렸다. 또 평소 거래하는 동네 배달대행업체 직원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피자가게 오토바이를 보면 꼭 연락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배달원 김해용(21) 씨는 다음 날인 7일 새벽 퇴근길에 낯익은 오토바이를 발견했다. 바로 권 씨네 오토바이였다. 피자가게 아저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 타는 것을 보고 절도범이라고 직감한 김 씨는 오토바이를 몰고 조심스럽게 뒤를 쫓았다.

10분쯤 뒤따라가면서 혹시나 용의자가 눈치 채고 달아나면 못 잡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김 씨는 함께 배달대행 일을 하는 형들을 떠올렸다. 급하게 연락을 돌렸으나 이내 4명이 '검거 작전'에 합류했다. 이렇게 모인 고현우'양대우'이정우'이호준 씨 등 5명은 사방으로 흩어져 오토바이를 몰며 절도범을 포위해 나갔다.

그러던 중 용의자가 율하광장의 한 건물 앞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안으로 들어가는 게 포착됐다. 김 씨 등은 즉시 행동에 나서 일부는 오토바이에 꽂혀 있는 키를 뽑았고, 일부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절도범을 제압했다. 이들은 신고를 받고 온 경찰에 절도 용의자 A(19) 군을 넘기고, 오토바이도 피자가게 권 씨에게 돌려줬다. 사건 발생 하루도 안 돼 용의자를 붙잡은 활약이다.

권 씨는 "아들뻘인 청년들이 너무 수고를 해줘 정말 고맙다"며 사례를 하려 했으나 이들은 한사코 사양했다. 몸이 아픈 어머니를 모시며 생업에 뛰어들어 1년 전부터 배달대행 일을 하고 있다는 김 씨는 "내 오토바이를 잃어버린 심정으로 절도범을 뒤쫓았다"며 "피자가게 아저씨가 피자를 한턱내셔서 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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