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탄핵 정국에 숨어 총선 공약 뭉개는 의원들

국정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지역 국회의원들이 지역 현안 해결에 손을 놓고 있다. 대통령이라는 지역 맹주가 사라진 상황에서 제각각 해야 할 일을 찾기보다는 대선 정치판을 기웃거리며 각자도생할 궁리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구경북 정치권의 위상은 유례없이 쪼그라들고, 통합 대구공항 이전, 10대 대기업 유치 등 미래 대구경북 도약의 밑거름이 될 현안 사업 해결엔 '빨간불'이 켜졌다.

부산은 김해공항의 판을 키우는 데 정치권이 동력을 모으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최근 김해공항의 활주로 길이를 원래 계획보다 600m 늘여 3천800m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반면 대구공항은 K-2와 민간공항 통합'분리 이전을 두고 아직도 내분이 일고 있다. 권영진 시장이 활주로 길이 3천500m 이상을 확보, 제대로 된 공항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단합하기는커녕 이를 관철하기 위해 나서는 의원조차 찾기 어렵다. 관문공항 건설은 지역 의원들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총력 매진해도 풀 수 있을까 말까 한 문제다.

공항 이전 문제뿐 아니다. 의원들은 지난해 4'13 총선 당시 내걸었던 공약에 대해 한걸음도 내딛지 않고 있다. 총선 당시 의원들은 10대 대기업 유치, 대구 구간 KTX 고속철도 지하화, 청년벤처창업밸리 조성, 대구 취수원 낙동강 상류 이전, K-2 공군기지 및 50사단 이전 등을 '핵심 5대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구경북의 미래 지형도를 바꿀 것이라던 공약들은 총선 후 1년이 다가오는데도 그야말로 공약(空約)에 머물러 있다. 이들은 현안이자 공약 해결을 위한 모임조차 갖지 않고 있어 최근 탄핵 정국을 빌미로 공약을 뭉개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자아내고 있다.

정국이 어수선할수록 지역 의원들이 여야 구분 없이 모여야 한다. 대구경북을 가리지 않고 만나야 한다. 큰 현안은 국회의원 한두 명의 관심으로 해결할 수 없다. 대구경북을 분리해 해결할 수도 없다. 국정이 혼란하다면 오히려 지역 국회의원들이 똘똘 뭉침으로써 지역 현안을 우선적으로 해결할 기회가 된다. 맹주가 사라졌다면 모여 현안을 논의하면서 새로운 맹주의 싹을 틔울 수도 있다. 대구경북 의원들은 시도 때도 없이 모여 당정 협의를 열고 현안 해결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이번과 같은 국가적 정치 혼란 속에서 내 지역 의원들이 어떻게 처신하고 행동하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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