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에서 김경수 화백이 그리는 '매일희평'은 촌철살인으로 보는 사람들을 시원하게 만든다. 정치인들의 위선이나 우리 사회의 부정적 면모를 폭로하고 공격하는 한 컷의 만화는 '풍자'(諷刺)라는 말의 의미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풍자는 한자 그대로 부정적인 대상을 말로 둘러서 찌르는 것이다. 정면으로 맞서서 칼로 공격하면 될 것인데 굳이 풍자라는 방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풍자의 대상이 아주 강하거나 말이 통하지 않는 인간말종이기 때문이다. 정면으로 상대했다가 큰 피해를 보거나 봉변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풍자의 방법 말고 딱히 시원한 방법이 없다.
풍자가 이루어지는 이러한 상황을 분석해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풍자를 하는 사람은 풍자를 당하는 대상보다 도덕적 우위에 있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채만식의 소설 '치숙'에서는 일본인 밑에서 일본을 최고로 생각하는 화자가 마르크스주의자인 오촌 고모부를 비난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러나 독자들은 화자가 말할 때마다 드러나는 도덕적인 약점들을 보면서 작가가 풍자하려는 대상이 고모부가 아니라 화자임을 알게 된다. 참여정부 시절 한나라당에서는 인간말종 '노가리'가 '경제'를 죽였는데, '근혜'가 경제를 살려낸다는 '환생 경제'라는 연극을 한 적이 있다. 그 연극이 풍자가 되지 못하고 반대 진영의 불쾌감만 유발한 것은 풍자하는 사람이 풍자의 대상보다 딱히 더 도덕적이라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힘을 가진 풍자의 대상이 지엽적인 표현을 문제 삼으면 풍자를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유력한 정치인이나 그 추종자들이 '매일희평'과 같은 만평에 시비를 걸기 시작하면 풍자를 하고 싶은 생각은 더 강해지는데 자기 검열 때문에 할 수 없게 된다.
선비: 나는 사서삼경을 다 읽었네.
양반: 뭣이, 사서삼경? 나는 팔서육경을 다 읽었네.
선비: 도대체 팔서육경이 어데 있으며 대관절 육경은 뭐야?
초랭이: 나도 아는 육경, 그것도 몰라요? 팔만대장경, 중의 바라경, 봉사 안경, 약국의 길경(도라지), 처녀의 월경, 머슴 새경!
양반: (초랭이를 가리키며) 이것도 아는 육경을 소위 선비라는 자가 몰라?
이 장면은 하회별신굿에서 양반들의 무식과 위선을 풍자하는 장면이다. 일반 백성들은 박장대소하겠지만 양반들이 보기에는 불편할 수도 있는 장면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런 공연은 뜻있는 지역 양반들의 후원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백성들이 그런 낙이라도 있어야지' 하며 풍자의 대상이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던 사람들이야말로 풍자하는 사람보다 더 높은 도덕성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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