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인공지능과 소통

인공지능(AI)은 흔히 바퀴의 발명과 같은 '파괴적 기술'에 비견 되곤 한다. 파괴의 중의적 의미를 반영하듯, 향후 AI가 인간이 하는 일을 대신하게 되면 삶의 의미를 잃게 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새 일자리 창출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복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AI로 인해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가 200만 개, 없어지는 일자리가 700만 개일 거라 예상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단순 반복적인 비숙련 직업과 사람들과의 소통이 적은 일, 전문직 가운데서도 숫자를 다루는 직업(농림어업, 정치'기계조작 및 조립종사자, 서비스종사자, 기능원, 판매종사자, 사무종사자, 전문가 집단 등)은 AI로 대체될 위험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감성이나 창의력이 필요하고 사람을 파악하고 협상하고 설득하는 등 사람을 상대(화가, 디자이너, 조각가, 사진가, 작가, 물리치료사, 초등학교 교사, 대학교수, 임상심리사 등)하는 비중이 클수록 생존 확률을 높게 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산업혁명기 러다이트운동(1811~1817년 영국에서 일어난 기계 파괴 운동)에서 비치듯 AI로 인한 변화를 거부하기보다, 평생 직업능력개발 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주도적 적응이 우선 필요하다.

우리는 AI의 범람으로 파생 가능한 좋은 일자리 감소, 고용의 질 저하, 세대 간 일자리 갈등 등의 부정적 영향을 경계 하되, AI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 더 나은 아이디어를 찾는 이른바 '집단지성'으로 부상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타인과의 협업을 통해 능력의 수요를 늘려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5년까지 국내 자율주행 스마트카, 가상현실(VR), 3D프린팅,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컴퓨팅 등 5대 분야에서 30여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AI가 인간이 하는 일을 시나브로 대체하면서, 인간이 잉여의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는 당연하다. 하지만 이는 지성인으로서 거쳐야 할 치열한 고민의 범주일 뿐이지, 절망의 영역은 결코 아니다.

그 근거로 AI와 별개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직 많다. 창의적 아이디어나 그에 수반된 개념 창출의 능력은 인간이 컴퓨터를 압도한다. 실례로 알파고의 인공 신경망은 10만 개 안쪽의 뉴런을 흉내 내는 것에 그쳤지만, 인간은 대뇌피질에만 약 1천억 개의 뉴런을 가지고 있다.

AI를 이용하고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건 어디까지나 인간이기 때문으로, 활용 방식에 따라 미래는 천차만별로 변화될 수 있다는 점만 상기한다면, AI로 인해 우리의 삶이 더 풍성해 질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학교는 인재양성이란 큰 그림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학교는 기존의 정형화된 학습프레임에서 탈피, 창의성과 감성, 사회적 협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 역시 AI 등의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 새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 방위적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아울러 머지않은 미래에 AI가 인간을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에서 해방시켜줄 것이 자명하기 때문으로, AI가 하지 못하는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한 일자리를 늘려가야 한다.

AI 보편화로 발생할 일자리 위협 직종을 철저히 분석, 해당 분야 종사자의 직업능력을 고도화시키거나, 전직(轉職)까지 준비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종합고용정책 프로그램'의 구축이 절실하다.

모든 것의 어려움은 선택에 있다. 하지만 지레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AI의 혁명이란 것이 물질적인 풍요를 넘어 도덕적 카타르시스를 공유할 '소통의 대상'이어야 함을 잊지 말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